이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사는 「이 나라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탄식 뿐이다.지난달 17일 이양호 전 국방장관과 1주일 전의 공로명 전 외무장관에 이어 20여일 사이에 3부장관이 경질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 김영삼 대통령의 인사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청와대측은 전격적인 각료경질을 김대통령의 단호한 비리척결 의지로 설명하고 있으나 많은 국민들은 또하나의 「땜질인사」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대변인은 『김대통령이 취임후 부정부패 척결을 가장 중요시해왔고 공직사회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그토록 강조해 왔음에도 이런일이 발생한데 대해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전했으나 일련의 사태는 김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비통한 심경」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들게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번 이성호 장관의 경우에서 보듯 보건복지부는 한약분쟁에서 처럼 이익집단간의 갈등이 첨예해 정부부처중에서도 비리와 말썽의 소지가 비교적 많은 부처로 꼽혀왔다. 현정부 출범이후 장관이 7명이나 바뀐 것도 그런 점과 무관치 않다.
이장관은 95년 5월에 취임했다가 그해 12월 국회의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뒤 지난 8월에 재취임한 드문 케이스였다. 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컸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경질의 발단이 된 안경사협회의 로비자금 1억7천만원이 전달된 것은 그가 장관으로 재직중이던 95년 10월의 일이었다. 그런 사람을 다시 그 자리에 앉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잘못된 인사임은 명백하다.
후임 손학규 장관의 임명에서도 의외성이 엿보인다. 손장관의 발탁은 「능력과 청렴성」을 중시한 인사라고 청와대 측은 밝혔으나 이익집단간의 갈등이 첨예한 부처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청렴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사의 난맥을 바로잡는 방법으로 그동안 각계에서 주장해온 인사청문회 제도가 현재로선 최선의 대안이라고 여겨진다. 청문회제도가 만능일수는 없겠지만 공직임명에 여론의 검증을 거치게 한다는 점에서 공직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기할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일각에서는 청문회제도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손상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청문회는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보완하는 기능이 더 크다. 잇단 장관의 경질로 정부의 신뢰가 얼마나 손상이 갔는가를 생각한다면 인사청문회제도를 더이상 미루어서는 안될 것이다. 밀실에서 수집된 인사정보에다 대통령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현재의 인사관행이 지속되는 한 인사의 난맥을 바로잡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