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11일] 010 평생번호의 꿈

짐 캐리 주연의 ‘넘버 23’이라는 영화가 있다.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숫자와의 운명적인 만남에 끌리는 관객에게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아내로부터 ‘넘버 23’이라는 제목의 소설책을 생일 선물로 받게 된 영화 속 주인공인 월터(짐 캐리)는 그 책을 읽을수록 점점 숫자 23에 집중하게 된다. 23쌍으로 이뤄진 인간의 체세포, 유클리드기하학의 정의 23개,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시간의 합 23, 부인과 처음 만난 나이 23, 만난 날짜의 합 23…. 윌터는 세상도, 자신의 삶도 숫자 23의 법칙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깨닫는다. 혹시 이동통신 통합 식별번호인 010(0+1+0=1)이라는 숫자는 ‘하나’라는 번호 통합의 필연적 운명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을까.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유한한 국가 자원인 식별번호의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010 번호 통합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오고 있다. 식별번호란 우리가 사용하는 이동전화 번호 중 010ㆍ011ㆍ016ㆍ017ㆍ018ㆍ019와 같이 맨 앞에 붙는 숫자를 말한다. 번호 통합은 011ㆍ016ㆍ019 등 여러 가지로 나뉘어진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일한다는 것으로 정부는 010 사용률이 80% 이상이 되는 시점에 완전통합을 할 방침이다. 번호 통합 정책을 시행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전체 이동통신 고객 4,500만명 가운데 3,000만명 이상의 고객이 010 식별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증가추세를 고려할 때 내년 말에는 80% 이상의 고객이 010 식별번호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평생번호 시대의 도래가 먼 훗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정부의 계획대로 번호통합이 완료되는 평생번호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모든 이용자가 식별번호를 누를 필요 없이 뒷자리(8개)만 누르면 되고 사실상 평생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평생번호를 부여 받게 되는 효과도 누리게 된다. 조만간 도래할 일상생활 속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편리해지는 평생번호의 시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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