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대응 '발등의 불'하반기 종합상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르면 종합상사들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87%까지 급감하게 된다.
매출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해외 거래가 많은 종합상사의 특성상 외형 축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형 큰 폭 축소 불가피
새 회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매출규모가 현대종합상사 86.9%, 삼성물산 72.9%, LG상사 67.2%, SK글로벌 33%, 대우인터내셔널이 29% 감소한다. 이는 새 회계에서는 대행수출분의 경우 지급받은 수수료만 매출로 잡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합상사들은 해외 거래선 발굴과 해외 프로젝트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존 바이어와 해외 채권자들에게 매출액 급감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무역금융 조달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 축소로 중소기업으로 전락, 해외에서 종합상사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바이어나 채권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아, 해외 프로젝트 수주나 현지 금융시 계약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체질개선 계기 삼아야
종합상사들은 회계기준 적용을 유예하거나 본격 시행까지 2~3년의 과도기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2005년까지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며 "아니면 과도기적으로 수수료만 주석에 별도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행수출을 매출로 계상하는 것은 종합상사의 원조격인 일본에서도 이미 폐지된데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행이 확정된 새 회계기준을 종합상사들에게만 유리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를 경쟁적인 외형 부풀리기와 무차별적인 현지 금융으로 외환위기에 일정부분 역할을 한 종합상사들이 스스로의 거품을 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창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회계 투명성 확보와 함께 영업이익률이나 경상이익률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며 "의미없는 외형보다는 수익과 연결된 매출을 제시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상사 매출 감소 예상액(단위:원)
상사 매출액(2001) 새 회계기준 적용시 감소율
삼성물산 32조7,400억 8조8,400억 72%
현대종합상사 27조1,480억 3조5,000억 87%
LG상사 18조6,000억 6조1,380억 67%
SK글로벌 18조363억 11조8,000억 33%
대우인터내셔널 6조3,500억 4조5,085억 29%
강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