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송파신도시 유보'건의 배경과 전망

8.31 부동산종합대책의 핵심인 송파신도시 조성에 대해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송파신도시는 강북 뉴타운 등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을 후퇴시키고 강남을 팽창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개인적 소신에 그치지 않고 송파신도시 추진 유보를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혀, 향후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마찰음이 커질 전망이다. ◆ 서울시, 왜 반대하나 =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시는 시정개발연구원 주도 아래 송파신도시 조성이 교통ㆍ환경ㆍ부동산 등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3개월여의 분석 끝에 시는 `송파신도시 조성이 강남북 균형개발 뿐만 아니라 강남의 삶의 질에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토대로 건설교통부에 반대공문을 제출하기로 했다. 시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송파신도시 조성 계획이 이 일대 주택 공급 예정물량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분석 결과, 5년 후인 2010년까지 송파와 강남 일대에 공급될 주택 물량은 10만가구에 달한다. 국내 최대의 아파트단지 중 하나인 잠실주공1~4단지(1만8천가구)를 비롯해 가락시영(8천가구), 잠실시영(7천가구), 거여ㆍ마천뉴타운(1만8천500가구) 등 5년내 공급되는 민간아파트가 우선 6만 가구 정도 된다. 여기에 장지택지개발지구와 마천, 세곡1.2 임대주택단지 등에서 공공개발로 공급되는 임대 및 분양아파트도 4만 가구에 이른다. 건교부 발표대로 2009년부터 송파신도시에서 4만6천 가구의 분양이 이뤄지면 앞으로 5~6년 내에 이 일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이 15만 가구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역사상 강남에서 이렇게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적은 없었다"면서 "송파대로 주변이 교통지옥으로 변하는 등 이 일대 기반시설이 감당해낼 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송파신도시 조성은 강북 뉴타운 등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에도 치명적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시는 우려하고 있다. 2008년 은평뉴타운 조성을 시작으로 강북에 총 18만 가구의 뉴타운이 들어서면강남으로만 쏠려온 서울의 중산층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강북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산이다. 하지만 200만평 규모의 신도시가 강남 인근에 조성되면 중산층의 관심이 `제2의강남'인 송파신도시로만 쏠리게 돼 결국 강북 뉴타운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파신도시 어떻게 될까 = 서울시의 유보 건의를 무시하고 정부가 송파신도시추진을 강행한다 해도 법률적으로는 서울시의 제지 수단이 별로 없다. 현행법상 100만평 이상의 택지개발지구는 건교부 장관이 직접 사업계획 승인을내줄 수 있다. 즉, 건교부가 송파신도시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면 사업을 일단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적극 협조하지 않을 경우 송파신도시 건설은 난항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송파신도시는 기본계획 발표 이후 '택지개발지구 지정→택지개발계획 수립ㆍ승인→실시계획 수립ㆍ승인→사업계획 수립ㆍ승인'의 절차를 밟게 된다. 개발계획 승인 권한 등은 건교부 장관이 가지고 있지만 각 단계에서 반드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의 의견 수렴은필수적이다. 특히 해당 지자체 협조 없이 광역교통대책 등을 수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교부가 송파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같은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는 일단 정부가 `유보'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각 단계 중앙도시계획위에서 송파신도시의 문제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대외적으로도 반대 여론을 조성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도시 추진에 제동을 걸 법적 수단이 없는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정부와의 대립은 우리도 원하지 않는 만큼 정부가 우리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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