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30년 血稅부담 올 GDP의 57%

[거꾸로 가는 연금개혁]<上>연금 현주소와 전망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ㆍ사학ㆍ군인연금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추정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은 오는 2048년께면 바닥이 난다. 사학연금도 2018년께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다. 민간연구기관들은 이 기간을 5~10년 정도씩 짧게 보고 있다. 더욱이 군인연금은 일찍부터 바닥을 드러내 지난 75년부터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무원연금에도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됐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벼랑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연금을 바로잡아 세우기는커녕 되레 떠밀어내려 하고 있다. 정권 말기의 누수현상과 집단이기주의가 만연된 결과다. 연금의 현주소와 전망ㆍ해결방안 등을 두차례에 나눠 진단한다. 최근 발표된 2개의 보고서는 연금의 현주소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일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갈수록 불어나 2030년께면 20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들이 메워줘야 할 돈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사회보험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더욱 직설적이다. 이 연구소가 '공적연금의 재정평가와 향후 정책방향'에서 제시한 4대연금 부족책임준비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439조원의 책임준비금이 있어야 하는데 적립된 돈은 98조원밖에 없어 부족분만 34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이다. 연금재정이 힘들어지면 결국 정부재정에서 충당해야 한다. 그만큼 국민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곪아터지는 연금문제들 책임준비금이란 쉽게 말해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들이 고객들과 계약상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적립하는 돈을 말한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책임준비금을 쌓지 못한 금융회사들은 망하지만 연금의 경우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연금운용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연금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연금재정은 만신창이다. 미적립 연금부채인 340조원은 올해 우리나라 GDP 596조원(추정치)의 57.1%에 이르는 돈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늘어나는 재정지출로 미래는 더욱 암담해진다. 문형표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결국 후세대가 짐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연금재정, 왜 어렵나 일하는 사람들이 돈을 내서 퇴직한 사람들을 부양하는 구조의 연금은 인구구조가 삼각형을 보이고 있을 때만 유지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인구피라미드의 상층부가 두터워지면서 연금재정이 고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적게 걷으면서 많이 주는 시스템 때문에 재정난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공무원ㆍ사학ㆍ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의 연금지급액은 최대 임금의 76%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40%)의 배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부담액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태주는 돈을 합쳐 17%에 불과하다.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해결방안도 난망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ㆍ국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형평성도 맞지 않다. 예를 들어 직역연금은 임금의 8.5%만 내고 최대 76%까지 타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9%를 내고도 60%만을 타고 있는 식이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나라경제보다는 표심(票心)에 더 신경을 쓰는 정치권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얼마 전 국회 국방위가 의결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이다. 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회의 군인연금법 개정안은 국민부담을 더욱 무겁게 하는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도 "현행 연금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적ㆍ사회적 합의가 없는 개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현실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음을 실토했다. 박동석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