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상담을 하러가는 사람을 관광객과 같이 취급해 출국세를 물리는게 말이나 됩니까』.문화관광부가 지난해말부터 문화관광개발기금을 공항이용료에 통합, 국제선 이용객들에게 일괄징수하는데 대한 비판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회사업무로 출장을 가기위해 11일 김포공항 국제선2청사를 찾은 최형섭(崔炯燮·34)씨는 『공항이용료는 그렇다치더라도 외화획득을 위해 나가는데 1만원의 돈을 더내고 나가라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崔씨처럼 업무나 사업목적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문화관광개발기금」 통합징수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관광진흥개발기금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 출국목적에 관계없이 공항을 이용해 외국으로 나가는 모든 내국인들로부터 관광기금 명목으로 1만원의 출국세를 받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출국세를 처음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7월부터다. 그러나 징수실적이 저조하자 지난해 관광진흥개발기금법 및 시행령을 고쳐 국제여객항공이용료와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합징수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기금 징수대상을 관광객에서 모든 내국인 출국자로 확대한 것. 이에따라 관광 목적이 아닌 업무출장등으로 외국을 나가는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공항이용권을 사면서 공항이용료 9,000원에다 관광기금 1만원을 고스란히 추가부담하고 있다.
통합징수후 관광기금 징수액도 크게 늘었다. 통합징수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7억2,200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12월에는 3배가 넘는 24억1,60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전체 국제선여객 가운데 순수 관광객이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다.
징수실적을 높이기 위한 문화관광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관광기금을 물지 않아도 될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그 용도가 관광단지 조성 등이어서 공항 이용객에게 무차별적으로 기금을 징수하는 것은 세금부과의 제1원칙인 「수익자부담」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게 중론이다.
중소업체 사장인 오상준(吳相埈·46)씨는 『수출상담 때문에 한달에 한번꼴로 일본을 오가는데 관광기금을 낸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외화벌이 하러 나가는 사람들에게 혜택은 주지못할 망정 돈을 더받아서야 되겠느냐』고 관광기금 부과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관광기금 징수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공항공단측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탑승객들이 출국세 징수를 항의하면서 종종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 때문이다.
공항 관계자는 『통합징수 이후 국제선 청사에서는 출국세 징수 때문에 항의하는 탑승객들이 거의 매일 눈에 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측은 효율적인 기금 징수를 위해서는 계속 공항이용료와 통합해 징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여행목적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출국세를 받고 있다』며 『다만 국민 정서를 감안, 일정기간까지만 한시적으로 받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해명했다. 【정두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