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어획량 줄고 소비마저 감소 "최악의 한 해" 긴 한숨만…

■ 꽃게잡이 철 태안 작업장 가보니<br>일본 방사능 공포에 주문 절반 뚝… 가격도 50% 하락 팔수록 손해<br>국산 꽃게 안전성 홍보 위해 대통령에 시식 부탁하고 싶은 심정

지난 26일 충북 태안군 신진도항 소재 한일수산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꽃게 크기 분류 및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지난 26일 찾은 충북 태안군 신진도항은 게장용 본격 꽃게잡이 철이라 사람들로 붐빌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오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전날 내린 풍랑주의보가 원인으로 대부분의 배가 조업을 나가지 않고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이는 신진도항에 있는 꽃게잡이 회사 한일수산 내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맘 때면 게장용 꽃게잡이로 부산스럽고 한층 들뜬 분위기여야 할 가을 수확기 대목이지만 이 회사 포장 작업장 안은 웃음 소리는커녕 적막만 흘렀고 심지어 작업에 나선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근심이 가득했다. 수온 상승으로 올 가을 활(活)꽃게 생육이 좋지 않아 수확량이 줄어든데다 일본 방사능 공포 확산으로 수요가 평년 수준에 못 미치면서 가격이 크게 추락한 탓이었다. 특히 게장용 꽃게 주문마저 줄고 있어 한 마디로 설상가상이었다.


작업장에서 만난 이호 한일수산 대표는 20년 꽃게잡이로 잔뼈가 굵은 어부였지만 '출하량ㆍ소비 감소→가격 추락'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곳 서해 앞바다는 일본과는 정반대 지역이라 방사능 오염의 여파가 전혀 미칠 수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일본 방사능 오염수 공포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줄어들어 팔리지 않은 꽃게가 냉장고에 가득 쌓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 한창 잘 팔려나가야 할 게장용 꽃게 주문마저 작년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냉동 처리하는 꽃게 물량이 전체 출하량의 50%에 육박할 정도"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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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산 함량이 높아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꽃게의 가을 수확시기는 통상 8~10월로 연중 출하량의 50~60%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는 수온 상승으로 꽃게 생육이 좋지 않아 출하량이 줄어든데다 업친데 겹친 격으로 일본 방사능 공포까지 겹쳐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지 시장에 따르면 본격 꽃게잡이가 시작된 8~9월 꽃게 가격은 1㎏당 4,000~5,000원 대. 지난해 같은 시기(8,000~1만원)보다 50% 가량 크게 떨어졌다. 게장용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했지만 1㎏당 가격이 1만2,000원 대에 그치면서 지난 해(1만6,000~1만7,000원) 수준을 20~30%나 밑돌고 있다. 그나마 유류비용이 오르지 않을 게 위안거리지만 인건비는 20% 가량 올라 결국 팔아봤자 손해만 보는 구조다. 그는 "수온이 오르면서 잡아도 활 꽃게로 팔지 못하는 이른바 '죽은 꽃게' 물량이 30% 가량을 차지한다"며 "대통령이 나서 시식행사라도 해 국산 꽃게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죽은 꽃게의 경우 결국 식당에 탕용으로 헐 값에 팔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나마 대형마트 같은 확실한 판로가 있는 업체는 견딜 수 있겠지만 일반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소규모 꽃게 작업장은 올해 빚만 늘어날 어려움에 처했다는 게 수산물유통업체인 KB글로벌 김형추 대표의 얘기다. 김 대표는 "꽃게잡이 어선들이 꽃게로 재미를 못 볼 경우 금어기 때 곰장어, 고등어, 삐뚜리(바다소라의 일종) 등을 어획하는데 올해는 그나마도 일본 방사능 영향으로 거의 팔리지 않았다"면서 "꽃게잡이 사업자들이 말 그대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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