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한국통신] LG 통신장비 구매중단

LG의 데이콤 경영권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통신업계의 「LG 견제」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칼을 빼어든 것은 국내 최대의 통신회사인 한국통신.한국통신은 지금껏 연간 2,000억~3,000억원 어치를 구매해 온 LG의 통신장비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하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또 데이콤과 경쟁하는 국제·시외전화, PC통신 등 사업부문을 더욱 강화, LG를 멀찌감치 따돌린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한통의 LG에 대한 직접적인 제제는 LG로부터 구매하던 통신장비 공급선을 끊는 것. 한통은 LG정보통신이 상용화한 장비를 항상 일정량 구입해 왔다. 그러나 한통은 LG와의 전통적인 관계를 앞으로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통의 한 임원은 『LG로부터 새로운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곧 한통의 기술노출』이라고 말하고 『경쟁 서비스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 개발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으로 장비를 구매하면서 LG 장비 공급선을 차단할 것임을 비쳤다. 공기업이자 통신업계의 「맏형」격인 한통은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LG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아량을 베풀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LG는 연간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최대의 고객을 잃게될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LG가 한통에 납품한 장비는 2,500억원선. LG정보통신이 1,500여억원어치의 교환기, 전송장비 등을 팔았고 LG전선도 708억원어치의 광케이블 등을 납품했다. 이는 한통이 연간 구매하는 주요 장비의 20~30%정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LG정보통신은 한통의 이같은 방침변화에 바짝 긴장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한국통신의 이같은 LG장비 공급 배제가 마치 도미노처럼 다른 통신서비스업체에도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LG의 통신장비를 사던 기존 고객들이 앞으로는 유·무선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LG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LG정보통신은 LG가 PCS(개인휴대통신)사업에 진출했을 때도 이같은 홍역을 이미 치른 바 있다. 한통이 LG정보통신의 장비를 안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다. 「반도체 보상빅딜로 데이콤을 LG에 넘길 것」이라는 루머가 돌 때도 차세대 전(全)전자교환기 「TDX-100」의 기술이전과정에서 유독 LG정보통신만 「왕따」되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했었다. 한편, 한국통신은 그동안 내놓다시피 했던 한국PC통신의 지분을 최근 80% 이상으로 높이며 「한국통신 하이텔」로 바꾸고 한통 인터넷 서비스 「코넷」도 하이텔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역시 LG가 데이콤 천리안과 보라넷, 채널I 등을 동원 인터넷·PC통신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통신업계의 견제가 시작된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류찬희 기자 CHANI@ /이균성 기자 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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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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