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국내 조류독감 발생으로 감소현상을 보이다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던 국내 닭고기 소비가 설날 이후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최근 매출은 전년 대비 최고 70% 가량 감소해 국내 양계산업의 생산 기반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난해말 국내 최대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은 30%, 마니커는 25%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올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닭고기 소비는 설날이후 태국 베트남 등에서 조류독감으로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 다시 급감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등 할인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닭고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65~70% 가량 줄었다. 생닭 가격은 지난해 말 이후 계속 하락해 1㎏ 당 원가 1,150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300~400원으로 떨어졌다.
업계는 국내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달 말까지 양계 산업의 피해액이 모두 4,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액은 양계농가 1,265억원, 외식업체 3,940억원, 가공(도계)업체 556억원, 사료업체 1,028억원 등이다.
200여 개에 이르는 닭고기 외식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 업체들의 매출은 최근 2~3일 사이 적게는 60%, 많게는 80%까지 떨어졌다.
A외식업체 관계자는 “동남아 조류독감의 확산으로 닭고기 기피 경향이 지속돼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닭고기 공급처를 태국에서 국내로 돌리고 해산물 요리 등 대체 메뉴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전문점과 삼계탕 전문 식당 등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일부 업체들은 업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닭고기 산업이 최악의 위기를 맞자 닭고기 외식업체들은 정부에 조류 독감의 감염 원인 및 경로를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인식시켜 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조류독감은 감기 바이러스처럼 호흡기나 배설물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인데 살코기를 먹어도 감염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는 바람에 급격한 닭고기 소비감소로 생산 기반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조류독감 사태가 6개월이상 계속될 경우 양계산업의 피해액은 2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닭고기 체인점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 윤홍근회장은 “조류독감은 감기와 같은 호흡기성 질병인 만큼 살코기를 먹는다고 전염되지 않으며 병든 닭은 피와 털이 안 빠져 유통 자체가 안 된다는 사실을 정부가 앞장서서 널리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