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도… 애널리스트도… 사외이사도…주식 투자에 성공하길 원한다면 회계사뿐만 아니라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사외 이사도 믿지 마라.
엔론 사태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냈다. 잘못된 기업 실적에 현혹됐던 엔론 투자자들은 큰 돈을 날렸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따라 주식 투자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가치를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경영을 감시하는 사외 이사 등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분석하며 각 기업의 적신호를 민감하게 살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 애널리스트를 신뢰하지 마라
월가 애널리스트와 기업은 한통속이다. 조 쿠퍼 톰슨 파이낸셜 연구원은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3만여개의 리포트 중 66%가 '강력매수'또는'매수'를 추천한 반면 '매도'추천을 한 종목은 1%에 불과했다"며 "이는 양자간의 유착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11 테러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아직까지도 분석 종목의 1.4%만을 매도 추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다른 한편에서 이들 기업을 고객으로 인수ㆍ합병(M&A) 등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경향은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외 이사의 독립성은 환상이다
많은 수의 사외 이사가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계획을 감시하기 보다는 단순히 추인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투자책임연구소의 캐롤 바우위 소장은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사외 이사로 있는 기업에 대해 컨설팅이나 비즈니스 등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독립적인 의사 개진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타이코 그룹의 사외 이사인 프랭크 월시는 이 회사로부터 연간 1,000만 달러를 받고 있으며, 또 CIT 인수를 주선한 대가로 한번에 1,000만 달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엔론의 사외 이사인 존 맨델슨 텍사스대 암연구소장 역시 엔론으로부터 연구지원금으로 33만 달러를 받았으며, 조지 메이슨 대학의 웬디 그램 교수는 5만 달러를 받았다.
◇ 회계위원회도 믿을 게 못 된다
기업과 회계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는지 평가하는 회계위원회 위원들도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
엔론은 회계위원회 위원장으로 저명한 회계학자인 스탠포드대 로버트 제딕 교수를 앉혔다. 그는 회계 감사를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지만 73세의 고령인 동시에 여러 기업에 대해 같은 일을 담당하고 있어 주마간산식 평가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의 이름이 엔론 회계 장부에 대한 면죄부만 부과한 셈이다.
◇ 적신호를 감지하라
엔론의 회계 장부는 너무 복잡하고 부실채권을 교묘하게 감춰 전문가도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인들도 엔론이 보여준 여러 가지 적신호를 일찍 감지하고 일찍 손을 뺐다면 큰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엔론과 관련, 가장 먼저 나온 적신호는 6개월 전 발생한 당시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의 갑작스런 사임이다.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신경제의 기수'라는 평가를 받던 그가 갑작스럽게 사임했을 때 기업에 뭔가 이상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는 게 당시 발을 뺀 일부 투자가들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중순 실적 발표를 수정했을 때도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으며, 기업 임원들이 대량의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적신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밖에 투자자들은 돈을 분산해서 투자하는 등의 원칙을 지켜야만 주식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 하고 있다.
정리=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