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디플레 탈출하나
지난해 10년 불황의 탈출을 위한 싹을 틔었던 일본 경제가 올해에는 확실히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일본 경제는 `헤이세이(平成) 불황`이라고도 불리는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최근 조금씩 체력을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와 증시 분위기는 이미 봄이다. 지난해 3ㆍ4분기 경제 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1.4% 증가, 97년 이후 최장 기간인 7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 부문의 회복세가 두드러져 일본의 수출은 지난해 2ㆍ4분기에 전 분기 대비 8.4%(전년 동기비 16.8%), 3ㆍ4분기에는 7.7%(33.1%) 늘었다. 전체 상장 기업의 경상이익이 올 3월 결산(2003 회계연도)에서 지난해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은 더욱 고무적이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8월 1년여 만에 1만선을 회복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 추세를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올해 안에 디플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 회복 기미가 `반짝`에 그치지 않고 견고한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느냐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일본이 지난 90년대 두 차례(92~93, 96~97년)에 걸친 경기 확장 국면에서 디플레 탈출의 기회를 놓친 사실을 감안하면 섣부른 단정이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최근 물가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2001년 5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1.0%을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 폭이 축소되고 있고, 지난해 10월 물가지수는 5년 반 만에 플러스(0.1%)로 돌아섰다.
그 동안 디플레의 주 요인으로 지목됐던
▲은행 부실채권 부담
▲공급과잉 문제 등도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일본 경기 회복세에 따라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일본 은행들의 보유자산 가격이 상승, 자기자본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 역시 일본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상황 개선에도 불구, 디플레 탈출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9월 두바이 G-7 회담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엔화의 추이가 복병으로 남아 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07엔대로 3년래 최고치다. 해외 수출이 많은 일본 업체들이 달러 당 110엔대를 수출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잡아왔다는 점에서 올해에도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모처럼 맞은 경제 회복세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2002년 초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일본 경기의 이번 확장 기간이 올 하반기가 되면 30개월(전후 경기의 확장기간 평균치는 33개월)을 넘게 돼 순환적 측면에서 일본 경기의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