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의 新人脈] <5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증권업계

유상호·손복조등 '증권 사관학교' 대우證 출신 곳곳 포진<br>박현주·최현만·장인환·송상종씨등 동원證 출신은 자산운용사로 진출<br>임기영·최희문·이형승·임일수씨등 삼성증권 거친 인사들도 적지않아


증권업계에서는 경쟁사 간 인력의 이직이 잦고 또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던 임원이 다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거나 경쟁사 CEO가 자사 CEO로 오는 경우도 흔하다. 어느 곳보다 역동적인 증권시장을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적자생존 논리에 충실하고 경쟁력이 있는 인적 자원이면 활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관료 출신 CEO라고 해도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낙하산'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도 특징이다. 증권업계 인맥을 이야기할 때 대우증권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대우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증권 사관학교'로 통한다. 지난 30년간 국내 자본시장의 인재 양성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줄곧 1등 증권사였기 때문이 우수한 인재들이 모였던 게 가장 큰 이유이고 여기에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사태로 대우증권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이 개성을 살려 다른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우증권 출신들은 10여명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로 재직 중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나효승 유진투자증권 사장, 류근성 애플투자증권 사장, 정유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 등이 한때 대우증권 배지를 달고 일하던 선후배들이다. 투자은행(IB) 부문 1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도 대우증권에서 기업공개(IPO) 부장을 지냈다. 특히 손 사장은 1984년에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2000년 리서치센터장을 끝으로 잠시 이직했다가 2004년 사장으로 복귀, 대우 사태의 후유증으로 허덕이던 대우증권을 수위로 다시 올려놓은 경력이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사장, 김호경 산은자산운용 사장, 최홍 ING자산운용 사장 등이 대우증권 출신이다. 자문업계에서는 이병익 오크우드투자자문 사장, 정동배 LIG투자자문 사장 등이 있다. 증권사 사장은 아니지만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부회장)도 대우증권 1세대 인물로 꼽힌다. 강 부회장은 1977년부터 대우증권에 적을 뒀고 1998년 상무로 퇴사한 뒤 현대투신운용 사장 등을 거쳐 2004년부터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으로 재직해 있다.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도 1976년에 대우증권에 입사한 후 부사장까지 지냈으며, 특히 1980년대 후반 국제금융부장을 맡아 대우증권 국제영업 전성기를 이끌었다. 대우증권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 동원증권이다. 동원증권 출신들은 주로 자산운용업계로 진출한 점이 눈에 띈다. 동원증권을 이야기할 경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박 회장은 동원증권 시절 전국 최고의 지점장으로 이름을 날렸고 이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 펀드 신화를 창조하며 오늘날의 미래에셋그룹을 만들었다. 박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 창립의 주춧돌을 놓은 이들도 동원증권 출신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정상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등이 그들이다. 박 회장과 구 사장은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을 잇따라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고 최 부회장은 동원증권 서초지점장 경력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동원증권에 적을 둔 CEO로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 등이 있다. 증권가에는 삼성증권 출신도 적지 않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삼성증권 IB사업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이형승 IBK투자증권 사장, 임일수 푸르덴셜투자증권 사장 등도 삼성증권을 거쳤다. 최 사장은 골드만삭스 등 15년간의 외국 증권사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2002년 삼성증권을 통해 국내 생활을 시작했고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사장도 경제관료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증권에서 마케팅 이사로 여의도 증권가에 발을 디뎠다. 증권업계에도 행정고시를 패스한 관료 출신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대표주자는 행정고시 14회인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이다. 최 사장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거친 대표적인 세무전문가로 조달청장을 끝으로 관직을 떠났다가 2008년 현대증권 사장으로 선임됐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기술고시 21회)과 이형승 IBK투자증권 사장은 행시 29회로 동기생이다. 이들은 서울대 선후배이기도 한데 관가를 떠난 후 여의도 증권가에서 다시 만났다. 관료 출신 막내 격인 이현승 SK증권 사장은 행시 32회로 메릴린치를 거쳐 2008년부터 SK증권에 몸담고 있다. 출신학교별로 보면 42명의 국내 증권사 대표이사 가운데 서울대가 1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연세대 8명, 고려대 7명 등의 순이다. 서울대에는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 등이 있다. 연세대 출신 중에는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고려대 출신 가운데서는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이 눈에 띈다. 고려대ㆍ연세대는 경제ㆍ경영학이 대부분인 반면 서울대는 비경영학과 출신이 적지 않다. 최경수 사장은 지리학과, 권용원 사장은 전자공학과, 손복조 사장은 사회복지학과 출신이다. 증권가에서도 '고졸 신화'를 일군 인물이 있는데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포항 동지상고가 최종 학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12년 후배다. 고등학교에서는 경기고가 4명, 서울고가 3명으로 눈에 띄고 대부분 고르게 분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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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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