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년새 42% 폭락 빈사경제 자화상/97 증시결산

◎액면가미만 종목 520개/종합지수 10년 8개월전 후퇴97년 증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없이 혼자 설수 없는 우리경제의 자화상이었다. 연초부터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만신창이가 된 주식시장은 연말에는 외환위기와 이로인한 국가부도위기라는 엄청난 악재로 인해 추락하고 말았다. 97년 증시는 신규법정관리기업수 71개, 액면가 미만종목 5백20개 등 각종 진기록을 세우면서 종합주가지수 역시 10년 8월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또 발행시장측면에서는 기업공개, 유상증자 등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직접금융조달 창구로서의 기능이 마비상태에 직면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올 연말과 내년초에 기업들의 연쇄부도를 우려하면서 98년증시의 전망도 밝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MF자금지원에 따른 고금리, 저성장정책과 기업들의 경영여건 악화로 주가반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시장개편과 산업구조조정의 속도, 외국인자금의 유입규모등이 주가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97년증시의 주식발행, 유통측면과 코스닥시장, 선물·옵션시장을 결산해 보았다. ◎주식 유통 시장/상장사 시가총액 50조이상 감소/사상최악 주가하락 진기록 얼룩 97년 주식유통시장에서는 금융 및 외환시장 붕괴로 외국인투자가들의 투매사태가 지속되고 기업 부도가 속출하면서 주가가 폭락해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그 어느 해보다 컸다. 연초 6백53.79포인트로 출발했던 종합주가지수는 연말에 3백76.31포인트를 기록해 97년 한해동안 2백77.48포인트(42.44%)가 급락했다. 특히 IMF긴급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가 고조된 지난 12월12일 주가는 3백50.68포인트까지 급락, 10년 8개월전인 지난 87년 4월29일의 3백49.49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까지 퇴행했다. 주식시장의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전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연초 1백17조1천17억원에서 납회일 종가기준 70조9천8백88억원에 그쳐 무려 46조1천1백29억원의 자산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올들어 신규 상장된 기업들의 공개물량과 기존 상장사들의 유무상증자 물량 5조2천억원 규모를 감안할 경우 시가총액 감소규모는 5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또 연초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진로, 기아, 한라, 청구그룹에 이르는 부도도미노와 한계기업의 무더기 도산 혹은 화의신청사태에 따라 관리종목에 신규 편입된 상장기업이 71개사(92종목)에 달했다. 이에 따라 총 관리종목이 1백14개사(1백39종목)를 기록, 전체 상장기업(7백76개사, 9백57종목)중 7개사에 1개사 꼴로 나타났다. 주식가격이 액면가(5천원)미만인 종목수도 전체 상장종목의 54.3%인 5백20개사에 달했다. 97년은 또 연말 외환시장 위기와 기업부도 공포감 등으로 외국인, 기관 및 일반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며 유래없는 주가 폭락사태가 발생, 최악의 기록들이 쏟아졌다. 일일 주가하락률 사상최고(12월23일 7.49% 하락), 주가하락폭 사상최고(11월7일 38.24포인트 하락)를 기록했으며 낙폭 심화에 따른 급반등장이 연출되며 주가상승률 사상최고(12월15일 7.22% 상승)도 기록했다.<김형기 기자> ◎주식 발행 시장/유상증자 등 통한 자금조달 급감/주가하락여파 기업공개 포기늘어 올해 발행시장은 증시침체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후유증으로 직접금융 조달시장으로서의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올해 직접금융조달실적은 36조4천2백72억원으로 지난해의 34조6천2백69억원에 비해 1조8천3억원(5.2%)이 증가했다. 그러나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실적이 소폭 증가했을뿐 기업공개,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은 크게 줄어드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업공개의 경우 지난해 1조3천9백14억원(40건)에서 올해는 4천7백93억원(23건)으로 무려 65.5%가 감소했으며 유상증자도 3조6천5백15억원에서 2조7천58억원으로 25.9%가 줄어들었다. 증시침체 등으로 유상증자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전환사채(CB)발행에 주력, 전환사채를 통해 신규상장된 주식수가 1백4.8% 늘어나는 등 회사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29조5천8백40억원에서 33조2천4백21억원으로 12.4%가 증가했다. 기업공개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한국내화, 한국상호신용금고, 대원산업, 무림제지, 풍성전기 등이 계획했던 기업공개를 포기한데 이어 최근에는 제일기획, 세화, 스탠더드텔레콤 등 3개사가 기관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결과 수요가 부진하자 공모주청약을 내년 1월로 연기한 것이다. 기업공개가 되더라도 주가하락으로 인해 주간사증권사가 시장조성을 한 종목들도 무더기로 등장하자 팬택, 다우기술, LG칼텍스가스 등의 주간사증권사중에서는 자금부담때문에 시장조성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증자때 시가가 발행가보다 낮아진 경우가 많아 주주들이 인수를 거부한 실권주가 급증했고 주간사증권사들마저 실권주인수를 거부하자 증권감독원이 인수업무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올해는 특히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던 공모주청약이 배정비율 축소와 전반적인 주식시장 침체로 수익률이 하락해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정완주 기자> ◎선물옵션 시장/선물거래량 현물2배 ‘고속성장’/개인 투기거래 몰두 큰 손실자초 97년 선물시장은 거래량이 현물시장의 2배에 달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 7월7일 옵션시장이 개설된 이후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참여는 더욱 늘어났다. 증권전문가들은 올해 외국인들의 거래가 선물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선물영업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주가폭락을 예견, 선물매도포지션을 대량으로 사들여 손해를 최소화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선물 헤지거래의 실례를 국내 투자자에게 보여준 것』이라면서 『주가대폭락 이후 헤지거래없는 일방적인 주식투자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누구나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선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거래는 더욱 늘어났다. 전체 선물거래량의 30%에서 50%로 비중이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은 헤지거래보다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기적인 거래에 매달렸다. 이런 상황은 레버리지 효과가 크고 투자금액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옵션거래에서 더욱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선물·옵션거래는 주식투자와는 달리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아무런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선물·옵션시장에 뛰어드는 일반투자자들은 전문적인 거래자에게 밀려 결국 큰 손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선물, 옵션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은 전산장애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끔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선물거래 전산망을 조속히 확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내년도 금융시장 완전개방으로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선물 및 옵션투자에 나서 거래량이 지금보다 더욱 큰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선물·옵션관련 전산시스템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강용운 기자> ◎코스닥 시장/양적팽창 하반기이후 거품 사라져/신규등록 증가세… 중기참여 지속 97년 코스닥시장은 양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이후 거품이 빠진 한해로 규정지을 수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 신규등록요건을 맞추기 위한 입찰시 수십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던 열기는 하반기들어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외환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냉각돼 12월중 입찰경쟁률은 1대1일에도 못미치는 침체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지수역시 연초 1백19.51포인트로 시작, 8월9일 1백37.19포인트를 정점으로 하락해 12월24일 95.0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12월들어서는 기업들의 자금난 가중에 따라 올해 신규등록기업에까지 부도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냉각됐다. 그러나 올해중 거래대금은 지난해 5천3백49억원에 비해 1백17.98%가 늘어난 1조1천6백62억원을 기록, 시장침체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크게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등록기업역시 지난해 31개에서 올해중 83개 기업으로 늘어 벤처, 중소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참여열기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중에는 올해 12월부터 시행된 코스닥시장 확대개편안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가시화돼 금융시장 안정 등 외부여건만 진정되면 시장 분위기가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12월부터 투자가 개방된 외국인들은 아직까지 투자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매수규모를 늘리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안정될 경우 국내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환율이 높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외국인들은 개방이후 12월 한달간 매수 35만주(매수대금 63억원), 매도 5만5천주(매도대금 4억2천만원)의 거래를 기록했다. 주요 매수종목은 현대중공업, 씨티아이반도체구주, 씨티아이전환신주, 터보테크, 서울시스템, 메디다스 1신주, 테코 등이다. 그러나 고금리, 고환율의 IMF시대를 맞아 차입경영을 위주로 하는 국내기업 풍토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코스닥시장역시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춘 우량주와 차입을 통한 외형성장에 치중했던 부실주로 뚜렷이 대별될 전망이다.<안의식 기자> ◎97증시 주요일지 ▲1.3=97년 주식시장 개장 ▲1.23=한보철강 부도 ▲3.20=전환사채(CB)발행요건 강화 등 CB제도 개선안 발표 ▲4.14=해외증권 발행 자유화 ▲5.2=제5차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20%→23%) ▲5.19=대농그룹 부도유예협약 적용 ▲6.17=주가 연중최고치(7백92.29) ▲7.7=주가지수 옵션시장 개장 ▲7.15=기아그룹 부도유예협약 적용 ▲8.30=증시안정대책 발표 ▲9.1=증권거래 전면전산화. 주식매매수수료 상한선 철폐 ▲10.16=종합주가지수 6백선 붕괴(5백79.25) ▲10.20=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근로자주식저축 1년연장, 한통주 상장연기) ▲10.22=종합주가지수 상승폭 연중최대(▲34.47포인트) ▲10.28=종합주가지수 5백선 붕괴(4백95.28) ▲10.29=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 (연기금 3조원규모 주식매입, 채권시장 개방확대) ▲10.30=외국인 1일 순매도규모 사상최대(1천3백49억원) ▲11.3=제6차 외국인한도확대(23%→26%) ▲11.7=종합주가지수 하락폭 사상최대(▽38.24포인트) ▲11.21=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 신청 ▲11.24=일 야마이치증권 파산 ▲12.5=고려증권 부도 ▲12.11=제7차 외국인투자한도확대(26%→50%) ▲12.12=동서증권 부도. 채권시장 개방확대 ▲12.23=국·공채, 특수채 등 채권시장 추가개방 ▲12.26=고려·동서증권 법정관리 신청 기각 ▲12.27=주식시장 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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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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