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금속노조, GM대우 임금합의안 승인 거부

연이은 惡手로 산하노조 반발… "원칙도 좋지만 유연성을"<br>'임금 4.9%인상·총고용 보장' 개별사업장 고려않고 밀어붙여<br>GM대우 노조 징계 강행땐 지도력 잃어 내부분열 불보듯

13일 인천 부평 GM대우 본사에서 마이클 그리말디(오른쪽) 사장과 이남묵 금속노조 GM대우 지부장이 2009년 임금협상 합의안에 조인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GM대우

“꿩(임금인상)도 먹고 알(총고용 보장)도 먹으려 한 게 잘못이죠. 지금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하나만 얻어도 다행인데 2개를 다 차지하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한 노동 전문가는 금속노조와 산하 지부인 GM대우 노조 간 마찰에 대해 당초 금속노조가 임금단체협상 지침을 잘못 만들었고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거져 나온 결과로 해석했다. 금속노조가 올해 산하 노조에 내려보낸 임단협 지침의 두 축은 임금 4.9% 인상과 총고용 보장이다. 금속노조는 이를 토대로 현재 중앙교섭을 하고 있으며 완성차 노조 등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산하 노조들도 이 지침을 근거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달성하기가 어려운 목표였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사업장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해가며 고용을 지켜내려고 노력했다. 세계적으로 타격이 제일 심한 자동차산업 분야는 임금인상은커녕 구조조정으로 고용안정조차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금속노조의 지침이 야기한 최악의 상황은 쌍용자동차 사태였다. 쌍용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지침대로 끝까지 총고용 보장만을 외치다 결국 백기투항해야 했다. 큰 희생을 치른 쌍용차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으며 남은 노조원들은 이를 금속노조의 탓으로 여기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유연성 없이는 국내 최대 산별이라는 금속노조가 와해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GM대우 징계 추진은 조직 와해 이끌 수도=금속노조는 올해 기본급 4.9% 인상과 총고용 보장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5대 요구안을 토대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측과 중앙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M대우 노조가 지난달 17일 사측과 임금동결안에 합의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속노조 차원의 중앙교섭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산하 지부가 중앙의 지침을 어기고 임금협상안을 타결한 것. 금속노조는 지난 2006년 산별 전환 대의원대회 때 중앙에서 결정한 사항은 산하 지부들이 반드시 따른다는 내용을 결의했기 때문에 이번 GM대우 지부의 행동을 그대로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GM대우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 지침을 어겼기 때문에 추후 중앙교섭이 끝나면 징계를 포함한 처리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금속노조가 GM대우를 징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2006년 결의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징계할 경우 GM대우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며 이는 자칫 금속노조의 분열로 이어질 것임을 금속노조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속노조 내부의 최대 조직인 현대차는 기업지부 전환 등을 문제로 금속노조와 소원한 관계에 있고 쌍용차는 사실상 조직이 와해된 상황에서 GM대우마저 등을 돌릴 경우 조직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GM대우 노조 측도 “회사 사정상 (임금동결 합의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금속노조가 징계 얘기를 하는 게 이상하다”며 “징계는 무슨 징계냐”는 입장을 보였다. ◇기업지부 전환 문제, 쌍용차 사태 등 연이은 악수=금속노조의 실수는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의 쌍용차 사태는 금속노조의 떨어진 위상을 잘 보여준다. 당시 금속노조는 공장 안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쌍용차 노조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평택공장 앞에서 지원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77일간의 투쟁기간에 국내 최대 산별이라는 금속노조의 지시로 모인 노조원들은 1,000명을 넘긴 적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이들의 지원에 대해 공장 바깥에 있던 이른바 사측 직원들은 금속노조가 쌍용차를 죽이려 한다며 거세게 항의하며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양측 모두 사실상 금속노조 조합원인 이들은 이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기업지부를 지역지부로 전환하는 문제에서도 금속노조는 지도력의 위기를 겪으며 사실상 완성차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봉합했다. 이에 대해 완성차 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금속노조 유연성 발휘해야=이제는 금속노조가 더 이상 원칙만을 고수할 게 아니라 개별 사업장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정한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형태의 산별노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금속노조도 이런 상황에 맞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경제위기라는 특수한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GM대우가 임금삭감도 아니고 동결을 통해 일자리를 지켜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면서 “금속노조도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모두 추구하기보다는 그 중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금속노조가 개별 사업장들의 고용까지 책임져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나친 요구를 하기에 앞서 개별 사업장의 환경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산별노조가 확실하게 뿌리 내리지 못한 환경에서 금속노조가 하는 일이 완벽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개별 사업장의 목소리도 반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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