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 새패러다임을 찾아서] '글로벌 단일시장' 눈앞

은행과 증권 및 투자신탁회사의 경계가 무너졌고 선진국의 대규모 은행들은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삼아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 자본시장은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재래식 틀을 파괴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갈아끼우고 있는 것이다.세계가 하나의 금융 시스템을 형성하면서 국가 단위의 거시경제는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 흐름에 종속되고 있다. 「1인=1표」의 직접민주주의는 「1달러=1표」를 주장하는 글로벌 투자자에 의해 윤색되고 국가경영의 잘잘못은 국내 유권자가 아닌 글로벌 투자자에 의해 평가받는 시대에 돌입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뉴욕 월가는 21세기를 맞아 글로벌 단일 증권시장을 추진하고 있다. 17세기 트레이더들이 한곳에서 만나 경매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하며 탄생시킨 재래식 거래소는 온라인 시대를 맞아 존립근거를 잃었다. 사이버 증권거래 업체인 인스티넷은 이미 40여개국의 증권거래소를 연결했고 나스닥은 유럽과 일본·한국을 연결하는 증권거래망을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 회사인 E-트레이드와 아메리트레이드는 오는 3월 중 세계 증권거래소 창설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고 있고 기존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도 시카고 증권거래소와 함께 글로벌 거래소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24시간 거래체제도 연내에 실시될 전망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7월까지 오전5시에 개장, 오후10시까지 영업을 연장할 계획이다. 두 거래소는 또 온라인 증권거래 네트워크(ECN)의 급속한 시장잠식에 대처, 상장을 통해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연내에 추진한다. 금융개혁을 통한 자본시장 확충은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에 금융개혁을 단행, 은행 대형화의 큰 흐름을 마무리했고 유럽은 11개국의 단일통화를 창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대비했다. 일본에서는 금융빅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극심한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도 금융 구조조정을 단행, 시대의 조류를 타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금융질서 변화는 물자교역보다 자본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자의 자유로운 교역에는 국가간 비교 우위의 법칙이 적용되지만 자본의 국제이동은 절대적 우위의 원리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단일시장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취약한 나라에 역효과를 줄 우려가 있다. 거대한 자금 저수지를 형성하고 있는 선진국 증시의 자그마한 지표변화에 아시아 국가의 주가가 큰폭으로 등락하고 선진국의 경기가 호조를 보일 경우 전세계 자본을 빨아들여 주변국에 빈혈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상은 구세기 말에 발생한 멕시코 페소화 절하, 아시아 위기, 러시아 루블화 폭락에서 입증됐다. 또 사이버 증권거래는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대규모 개인투자 군단을 형성, 투자 회전속도를 가속화함으로써 자본시장의 투기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광(光)속도의 투자패턴은 기업의 부침을 신속하게 결정함으로써 기업인들의 환경적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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