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싸게 다양하게 화끈하게… 밤의 경제학 그 열기 속으로…야간에 '황제 스키' 즐기고 박물관선 알뜰 데이트도심야의 큰 손 외국인 관광객 몰려 동대문·카지노는 '작은 지구촌'설렁탕·햄버거 등 24시간 운영 음식점… 새벽까지 손님들 북적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수도권에 위치해 야간 스키족들이 즐겨찾는 곤지암 리조트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24시간 붐비는 설렁탕집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밤새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세븐럭 카지노 밀레니엄서울 힐튼 ImageView('','GisaImgNum_4','default','260'); 밤은 하루의 노동을 마무리하고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밤은 이제 더 이상 '고요한 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잠든 시간인 지난 17일 새벽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거나 노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서울의 밤 거리로 길을 나섰다. 불야성을 이루는 동대문 쇼핑 상가와 단체로 물건을 떼러온 지방 상인들을 태운 대형 버스들이 줄지어 늘어선 남대문 시장, 야근을 끝낸 후 출출한 속을 달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로 붐비는 청담동 포장마차, 미술관에서 영화관에서 심야 관람에 참여하는 사람들… 한밤중에 노동의 땀방울을 흘리거나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친후 한밤의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낮 시간 못지 않게 분주한 서울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알뜰족들이 심야 할인 혜택을 선호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할인 혜택을 내놓은 영화관들이 심야 시간 재미를 톡톡히 봤다. '불황 가격 1인분에 1만원'을 내건 신사동의 한 24시간 참치회 전문점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심야 시간까지 운영하는 스키장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주간권보다 저렴한 야간ㆍ새벽권을 이용하는 알뜰 스키족이 늘면서 심야 스키 비중이 총 매출의 10%를 넘어섰기 때문. 자정 무렵에 문을 닫는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과 달리 '탐앤탐스'는 강남, 이태원 등 역세권에서 24시간 영업점 1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는 "야간 활동 인구 증가와 커피 문화 정착을 계기로 고객 편의 차원에서 24시간 영업 매장을 시작했다"면서 "24시간 영업 매장은 일반 매장보다 평균 30% 이상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밤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상식에 정면으로 맞선 역발상 마케팅의 성공이다. 강한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은 "불황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줄어드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오히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불황이라는 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하게 일하고 보람찬 하루를 마감하는 밤의 열기 속으로 들어가봤다. 불황 속에서 한밤의 경제가 시나브로 꽃피고 있다. 바쁜 낮 시간을 대신해 밤 시간을 활용할수 있는 데다 가격도 심야에는 낮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힘든 시기에 만족과 위안을 주고 있다. 제철을 만난 스키장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사람도 적어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야간 스키족으로 붐빈다. 한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 식당 등이 24시간 영업을 늘리는 추세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영화관 등은 바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늦은 밤 시간까지 문을 열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 싸서 더 즐거운 한밤의 레저 활동 자정이 넘어 이용할 수 있는 새벽 스키는 리프트 대기 시간이 비교적 짧고 슬로프에 사람이 적어 '황제 스키'로 불린다. 대부분 강원도에 위치한 스키장을 왕복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낮 시간에 비해 짧고 이용 요금도 저렴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 비발디파크는 자정 이후 새벽시간대 이용객이 07/08년도(3월 폐장까지) 8만 2,000명이었으나 올해 2월 9일까지 약 8만 6,000명으로 집계돼 폐장을 한달여 앞두고 이미 지난해 이용객수를 넘어섰다. 총 매출에서 새벽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2~14%로 다른 시간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평창의 휘닉스파크 역시 올 시즌 심야ㆍ백야 스키 이용 고객이 전년 대비 4% 상승했다. 현대성우리조트의 새벽 시간대 고객 비중도 전체의 약 15%를 차지한다. 불경기로 저렴한 버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시간을 쪼개 새벽 스키를 즐기는 스키 마니아들이 꾸준히 방문한 결과다. 최근 평일 밤 시간을 이용해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 다녀온 최명진(27) 씨는 "가격이 주간권 대비 절반 수준인데다 숙박비도 들지 않아 야간 스키를 선호한다"며 "회사 동료들과 동호회를 만들어 이번 시즌에만 벌써 다섯 번이나 새벽 스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멀리 나갈 여유가 없는 사람은 근처 24시간 당구장을 찾는다. 최근 복고풍 바람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당구는 1시간에 1만원 내외로 즐길 수 있는 불황기 레저로 새삼 각광 받고 있다. 특히 펀드 매니저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밀집한 여의도의 경우 24시간 당구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여의도 KBS 별관 뒤 B당구장은 지난 13일 새벽 시간에도 삼삼오오 당구를 치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 당구장의 황진성(44) 사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당구장 영업이 부진해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모처럼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 곳에서 만난 H증권 애널리스트 조중석(31) 씨는 "당구 한 게임 치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도 나아진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히로시 다이와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도쿄 디즈니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것처럼 불황기에는 해외 여행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고 풀이했다. ■ 밤에 더 잘 되는 먹는 장사 불황에 먹는 장사는 '모 아니면 도'라고들 한다. 폐업 위기를 맞은 곳도 많지만 잘 되는 집은 심야까지 영업 시간을 늘리면서 손님을 받는다. 불황의 타격을 덜 받는 대표적인 먹는 장사인 설렁탕집은 밤 시간 매출이 늘었다. 서울ㆍ수도권 33곳에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신선설농탕은 초창기 10%를 밑돌았던 야간 시간대(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 매출 비중이 최근 30%까지 뛰었다. 이창진 홍보팀장은 "매출 추이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산층 외식 종목이 설렁탕으로 대체되면서 밤 시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 빈대떡 골목도 이색적인 야식 공간. 24시간 영업하는 원조마포할머니빈대떡의 모듬전은 400g에 7,000원, 소주ㆍ막걸리는 3,000원으로 1만원이면 소박한 술상을 마주할 수 있다. 강남구 신사동 맛 골목도 자정이 넘은 시각 출출한 배를 채우러 온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원조마산아구찜에서 만난 김호진(39) 씨는 "일을 마치고 단골집에 와서 평소 즐기는 간장게장 정식을 먹으니 힘이 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에 자리한 참치 전문점 사이끼리참치는 불경기를 맞아 1인분에 1만원짜리 신메뉴를 선전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었다. 이 곳 직원은 "최근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 저가 메뉴를 내놓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도산대로변에 있는 청담동 크라제버거도 새벽 시간까지 외제차 5~6대가 줄지어 서있다. 청담점 앞에서 주차 대행을 하는 직원은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다른 매장보다 늦은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다 보니 오히려 새벽 시간대 손님이 몰린다"고 말했다. 맞은 편에서 밤샘 영업을 하는 '주주 포장마차'도 저렴한 비용으로 야식을 즐기러 온 고객들로 만원이다. 지난 2005년 청담점부터 24시간 매장 영업을 시작한 맥도날드는 2월 현재 170개 매장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저비용으로 만족과 위안을 주는 패스트푸드나 서민형 음식점의 호조는 전세계적인 추세로, 미국 주식 시장에서 맥도널드는 지난 연말 다우지수의 하락세 속에 몇 안 되는 상승 종목이었다. 전형적인 호화 외식의 상징이었던 호텔도 가격을 낮추고 밤시간 영업에 뛰어들었다. 조선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 에 누보는 지난해 7월부터 와인 가격을 내리면서 저녁 시간대 와인 매출이 늘자 영업 시간으로 종전 오후 10시에서 자정으로 연장했다. 연장 영업 실시 이후 올 1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나 늘어 '불황 속 호황'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직영 레스토랑 '마르코 폴로'도 오는 3월 9일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을 연장할 예정이다. 마르코 폴로는 5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와인 및 주류를 즐길 수 있도록 영업 시간을 연장키로 했다. ■ 밤에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증가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피카소와 거장전'을 보기 위한 행렬이 새벽 3시까지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줄서기를 끔찍히 싫어하는 프랑스 사람들에겐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은 이 같은 현상을 소개하면서 비단 미술계 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불고 있는 '문화적 욕구'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역사와 문명에 깊은 관심을 갖는 고객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매주 수요일 야간 개장 시간(오후 6시부터 9시)을 이용해 전시 설명 프로그램인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총 117회 8,460명의 관람객을 맞았다. 이현주 국제교류홍보팀 직원은 "박물관이 전면 무료로 운영되는데다 최근 문화에 대한 니즈가 늘면서 야간 시간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행사에 참여하는 관람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화63시티의 '63스카이아트 미술관'은 전시는 물론 해발 264m 60층 높이에서 한강과 서울의 도심을 내려다보는 낭만까지 만끽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이다. 특히 동절기 밤 10시, 하절기 자정까지 관람이 가능해 야경의 아름다움까지 선사해주는 장점이 있다. 지난 해 12월 6일 정식 미술관 오픈 첫 기획 전시인 '유어공展-하늘에서 노닐다'는 올 1월말 관람객 수 15만명을 돌파하며 전망대 영업만 할 때보다 매출이 61%, 고객은 23% 늘었다. 올해의 예상 관람객 수는 100만명. 유덕종 63스카이아트 미술관 부관장은 "한국의 랜드마크 63빌딩,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장소인 전망대가 미술관으로 변신을 꾀한 것은 마니아층 뿐 아니라 전망을 즐기러 온 일반 관객에게도 미술과 편안히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의 심야 상영도 알뜰 올빼미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메가박스는 불황기 마케팅의 일환으로 밸런타인데이부터 한 달동안 커플을 위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심야 영화 두 편을 정상가보다 2,000~4,000원까지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지난 14일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남자 친구와 함께 본 김은미(25) 씨는 "아직 취업이 되지 않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 저렴하게 심야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최근 프랑스 일요신문인 '주르날 뒤 디망슈' 기고에서 "위기의 시기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며 "실망과 고통, 도전 속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그러면서도 예술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동경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싸게 다양하게 화끈하게… 밤의 경제학 ▶ [리빙 앤 조이] 와인에 얽힌 스토리 ▶ [리빙 앤 조이] 느림의 미학… 세계를 다시 창조한다 ▶ [리빙 앤 조이] 해외 유명인이 타는 전용기 ▶ [리빙 앤 조이] 하늘에 뜬 집무실, 국내도 본격 전용기 시대 ▶ [리빙 앤 조이] "느리게 걷기로 여행 만끽" ▶ [리빙 앤 조이] 걷다보면 아름다운 섬 ▶ [리빙 앤 조이] 100돌 맞은 한국만화, 부활을 꿈꾼다 ▶ [리빙 앤 조이] 한국 만화의 역사 ▶▶▶ 인기기사 ◀◀◀ ▶ 내 밥줄만은… 민간기업 '칼바람' 조짐 ▶ 김수환 추기경과의 '악연' 질문에 전두환씨 대답은… ▶ "이 양반이…" YS, 김수환 추기경 조문발언 논란 ▶ 이재용 삼성전무-임세령씨 결국 파경 ▶ 트랜스젠더 성폭행범 강간죄 첫 인정 ▶ 서울 대규모 '금싸라기 땅' 개발… 침체 부동산시장 '단비' ▶ 정부 "설마…" 하다가 중국에 '허 찔려' ▶ 삼성 이건희 前회장 퇴직금은 얼마나 될까 ▶ '개미들의 신화' 그의 말이 맞다면… ▶ 강호순이 최초로 살해한 여공무원 유골 발굴 ▶ 재개발시장 봄바람 부나 ▶ '경제불황' 한국보단 일본이 나은 이유 ▶ 25억짜리 임대주택 경쟁률 '불꽃' 튄다 ▶ STX조선 유조선 '세계 최우수 선박' ▶▶▶ 연예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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