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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월 11일] 국제자본 유출입 폐해 줄이려면
정재식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최근 '금융거래세(토빈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브라질은 이미 지난해 10월 외국인 증권투자에 2%의 세금을 도입했고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학자 간, 정책당국자 간 이견이 노출된 바 있다. 물론 단기자본의 유ㆍ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십분 동감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금융거래세 도입보다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국제자본에 대한 '정보공유 네트워크'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금융거래세, 현실적 대안 못돼
금융거래세는 주식ㆍ채권 거래 때 부과하는 세금을 말하며 외환거래에 부과할 경우 이를 제안한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 토빈세라 한다. 세금 부과를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 기본취지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투기를 줄이고 시장추세를 따르는 부화뇌동적 거래보다는 거시경제지표와 같은 객관적 통계가 제 역할을 하는 금융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 세금들의 목적이다.
국제자본의 급격한 유ㆍ출입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져 경제성장과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좀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이 되고 실물 부문이 붕괴되는 금융ㆍ외환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방법론적 측면을 떠나 단기자본이 지나치게 유ㆍ출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 통화는 국제화되지 않아 금융거래세를 회피할 수 있는 우회로가 막혀 있으므로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금융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세금 부과와 관계없이 외국인이 투자할 것이다. 반대로 한국 경제가 불안하면 외국의 단기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오히려 한국 경제의 호황과 불황에 따라 자본 유ㆍ출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일시적으로 외국인 자본이 필요한 경우 금융거래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1990년대 칠레는 단기자본의 유입을 줄이는 자본통제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칠레 경제가 어려워지고 외국 자본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칠레는 결국 자본통제 정책을 포기했다. 대외의존성이 큰 한국이 금융거래세와 같은 자본통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 여건에 따라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투명성ㆍ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금융거래를 하는 국가 모두가 금융거래세를 도입한다면 단기자본의 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실물 부문에 경쟁력이 있는 국가들은 금융거래세 도입을 찬성하겠지만 상대적으로 금융 부문이 강점인 국가들은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이유로 198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발생했던 위기마다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금융거래세 도입은 각국의 이해관계 충돌로 30년이 지난 시점에도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국제 정보공유로 선제적 대응을
오히려 국가 간 공조를 통해 각국을 돌아다니는 자본의 성격(장ㆍ단기, 투자주체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별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 선진국들은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에 대한 거래 상대방, 투자방법 등에 관한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단기자본의 폐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현재의 국제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보공유의 네트워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제적 네트워크는 필요시 금융거래세(토빈세) 도입의 근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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