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투기자금 대거 이탈…당분간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 줄고 공급 개선 전망<br>안전자산 선호추세 여전…본격하락 예단 일러


지난 7년간 대세상승을 이끌어온 원유를 비롯, 국제상품가격의 거품이 꺼질 것인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및 공급 개선에 대한 전망으로 최근 기름값은 물론 각종 상품 가격이 연일 급락하면서 거품 붕괴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주일의 시장 추세로 상품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상품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상품가격 정점론의 근거는 수급 균형론이다. 그동안 상품가격 상승세를 이끌어온 수급 불균형,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주춤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석유 수요가 줄고 대신에 공급이 조금이나마 늘어 상대적으로 상품가 대세상승에 저지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8.2% 급락하는 등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 경기 침체 전망으로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아메리칸석유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석유류 사용량은 200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이는 최근 17년 동안 줄곧 상승하던 미국의 석유 소비가 줄고 있음을 의미힌다. 게다가 중국의 2ㆍ4분기 성장률이 10.1%로 최근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도 수요 둔화론의 또 다른 근거가 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이란 핵 문제가 원만하게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유가를 하락세로 이끌었다. 같은 기간 옥수수 가격은 17%, 코코아 가격은 12% 급락했다. 상품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한 것은 상품가에 거품이 너무 크게 부풀어 있다는 우려로 투기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한 것도 한몫을 했다. 마이클 맥도웰 뉴웨지USA 부회장은 “수요감소가 상품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상품시장 전반에 폭 넓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옥수수 가격은 세계 2위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농산물 수출관세 인상안이 의회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에 향후 공급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며 급락했다. 옥수수 가격은 최근 일주일 동안 11% 급락해 주간 단위로는 지난 1996년 7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콩과 설탕 가격도 일주일 동안 각각 9.3%, 11% 떨어졌다. 큰 폭은 아니지만 곡물생산이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는 21억8,000만톤의 곡물 생산이 예상된다”며 “이는 전년 대비 약 2.8% 늘어난 것으로 세계 곡물 공급과 수요상황에 일부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품가격이 줄줄이 급락하면서 향후 시장 전망도 상승 보다는 하락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석유 애널리스트 22명 중 45.5%인 10명은 다음주에도 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7명(31.8%)은 오를 것으로 봤으며 5명(22%)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MF글로벌의 아담 크롭펜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상품시장 트레이더들이 투기 매수분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며 “조만간 주식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지수는 상품시장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몰리면서 이번 한 주 동안 3.6% 올라 4주 만에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서 유로당 1.5834달러에 거래됐다. 증시 및 달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대체 투자처였던 금과 은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8월 선물가격은 전일보다 12.70달러(1.3%) 떨어진 온스당 9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 9월 선물가격은 전일보다 0.53달러(2.9%) 떨어진 온스당 18.20달러에 마감됐다. 그러나 상품시장의 랠리가 끝났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UBS의 존 리드 애널리스트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자금들의 상품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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