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BMW와 중국산 짝퉁차

세계 자동차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가에 자리잡은 초대형 전시장 메세. 이곳에선 요즘 내로라하는 명차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모터쇼가 한창 열리고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그리 크지 않은 부스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대와 안내 데스크만 덩그렇게 놓여있는 곳을 지나치게 된다. 참여업체는 중국 솽환(雙環)자동차. ‘차이나 오토모빌’이라는 회사명으로 중국에선 유일하게 모터쇼에 참가한 업체다. 솽환자동차는 불과 4대의 SUV를 출품했지만 현지에서 유럽과 일본 자동차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차체 디자인과 뒷부분이 영락없이 BMW X5를 쏙 뺀 차량(모델명 CEO)을 BMW 등 독일업체들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모터쇼에 떡하니 내놓았기 때문이다. CEO의 전면부는 벤츠 M클래스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도요타 프라도의 헤드램프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로고는 언뜻 보면 쌍용차의 쓰리서클로 오인할 정도다.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개막 이전부터 2인승 승용차 스마트 포투(Fortwo)를 베낀 솽환차의 ‘노블’을 모터쇼에 전시하면 제소하겠다고 밝힌 터라 CEO의 등장은 업계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임러는 우여곡절 끝에 진품과 짝퉁이 동시에 전시되는 해프닝을 면했지만 BMW는 안방에서 뜻밖의 짝퉁을 만난 형국이다. 결국 BMW는 고심 끝에 모터쇼 기간 중 독일 법원에 솽환자동차 CEO의 독일 내 판매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자동차의 짝퉁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GM대우의 마티즈 짝퉁인 QQ(체리자동차)가 최우수 디자인상을 받기도 할 정도니 일부 도용은 문제 제기마저 어려울 분위기다. 하지만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중국의 단순 모방이 언젠가는 창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중국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외신기자는 “아직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선 중국 자동차가 분명히 뒤처지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우고 성장한 뒤 자체 기술을 개발한다면 미래에는 업계의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자동차 CEO들도 한국에 대해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자면 기술 개발과 노사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멋모르고 BMW를 베꼈다고 해서 그저 웃고 넘어갈 시점이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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