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품질 우수한 한지 세계시장서 인정 받을 것"

이승철 동덕여대 미대 교수


"세계 가전제품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제쳤듯이 일본 '화지(和紙)'보다 품질이 우수한 한지(韓紙)도 머지않아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게 될 것입니다."

한지의 매력에 빠져 고서화를 수집하고 직접 종이공장을 운영하는가 하면 천연염색에 필요한 쪽마저 직접 키웠던 이승철(48ㆍ사진) 동덕여대 미대 교수.


14일부터 뉴욕 맨해튼 아트게이트갤러리에서 한지를 소재로 한 설치미술 개인전을 여는 그는 '아름다운 우리종이 한지(현암사 펴냄)' 영문판 출판기념회도 곁들인다. 이 교수는 "서양에서 고급 종이는 일본 화지로 통한다. 그동안 일본은 문화 강국을 모토로 내세워 뉴욕ㆍ프랑스 등에서 화지를 홍보해왔다. 반면 한지는 화지보다 품질과 응용성도 뛰어난데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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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종이는 서화(書畵)용을 넘어 반도체에 들어가는 절연지, 고급 장신구의 재료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며 "그러나 산업용 절연지 등 고기능성 종이는 대부분 일본산이다. 그동안 한지를 외면한 탓에 제품 개발을 하지 않았고 품질도 균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지업시험장을 운영하면서 화지를 연구하고 청년창업도 지원하면서 생산된 화지는 판로까지 개척해준다"며 "장인들을 우대하고 품질을 유지해온 화지가 세계시장에서 각광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일본(화지), 중국(선지)의 종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생산이 절정에 이른 1909년 한지의 종류는 40여종에 이르고 활용 분야도 장판지ㆍ함ㆍ옷ㆍ벽지ㆍ창호지ㆍ요강ㆍ신ㆍ옷장ㆍ책장 등 생활용품은 물론 조총 탄환까지 막아내는 지갑옷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사료를 조사해보면 한중일 3개국 중 생활용품 재료로 종이를 쓰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했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대량생산이 가능한 양지(洋紙)가 들어오면서 한지 수요가 급감, 이제는 제조법의 맥이 끊어질 지경"이라며 "1회용 요가복, 절연지 등 생활ㆍ산업용으로 상품을 개발한다면 고급 종이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미대 동양학과를 졸업한 그가 한지에 관심을 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1990년대 국보급 문화재가 대량 소장돼 있는 간송미술관 연구원 시절 그는 "고서화를 보면 장갑 없이 맨손으로 종이를 만져 혼났다"며 "겸재 정선의 작품은 섬세하고 또렷한 붓질이 특징인데 그 비결이 바로 견고한 한지에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외발뜨기 초지법(秒紙法)은 종이의 두께가 균일하고 단단해 먹이 번지지 않으며 쉽게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기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지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작심, 고서를 모으고 종이 제작 관련 도구를 수집하는가 하면 오래된 절에서 100년이 넘은 장판지를 얻어오기도 했다. 맥이 끊어진 제조법을 알아내기 위해 경북 봉수에서 6개월간 종이공장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에는 실패했다. 1993년에는 천연색지를 만들겠다고 양평에 농원을 차리고 쪽을 직접 재배하기도 했다. 그렇게 20여년간 모은 종이 관련 유물 7,500여점을 2009년 원주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한지의 경쟁력을 고급화에 둔 그는 "최근 정부는 한식ㆍ한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韓)' 마케팅을 벌이고 한지 장인을 인간문화재로 선정하는 등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 종이를 다양한 문화행사와 연결해 소개하는 전략을 펼친다면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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