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조망권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 기조와는 달리 조망권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또 나왔다. 이에 따라 한강조망권의 법적가치에 대한 논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김용헌 수석부장판사)는 22일 저층주택 중심의 자연경관 유지 지구였던 서울 흑석동 일대에 있는 3층 이하 주택 주민들이 인근에 10층짜리 아파트를 짓던 M사를 상대로 “한강조망권을 침해하는 공사를 중단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6층을 초과한 공사를 금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편의성이 떨어지는 산비탈 지역에 동북향으로 집을 지어 20∼30년간 거주해온 주민들은 수려한 한강 경관을 보기 위해 이사를 왔을 것으로 보이고 M사의 아파트와 같은 고층건물이 들어설 것을 예상 못했으므로 주민들의 조망권은 법적 보호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하급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피해 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대법원은 ‘한강조망권’을 인정받은 항소심 첫 판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리바뷰아파트 주민 소송’에 대해 조망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정 장소에서 외부를 조망할 때 ‘특별한 가치’가 있어야 하고 한강조망의 이익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受忍限度ㆍ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야만 법적 보호 대상”이라며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조망권을 쉽게 인정한다면 그 건물과 조망 대상 사이에 있는 토지에는 어떤 고층 건물도 건축할 수 없는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