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진행되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 기원대회' 및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는 전 세계인의 마음에 간화선(화두를 통해 본성을 규명하는 선 수행법) 수행을 심기 위해 치러집니다. 행사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광화(光化)는 '차별 없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뜻으로 이는 신분·귀천을 따지지 않는 '무차대회'의 '무차(無遮·사물을 극히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하여 막히는 것이 없는 것)'와 일맥상통합니다. "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사진)은 11일 부산 해운정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치러질 무차대회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무차대회는 승려·속인·남녀노소·귀천의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불덕(佛德)이 미치게 하는 법회다. 그는 "간화선 수행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입니다. 천리만리 밖에서 찾지 말고 누구나 자기 안에 갖춰진 '참(眞) 나'를 찾아야 합니다. 허세나 탐욕 같은 못난 것을 뿌리 뽑고 모든 지혜를 그 자리에 앉혀야 합니다. 간화선은 그 지름길과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16일 오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는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인 회의'를 열고 '세계평화 기원 선언'을 채택한다. 이 행사에는 캄보디아의 승왕 스님과 스리랑카의 시암종 부종정 등 해외 고승 300여명이 참여하고 프랑스·호주 등 서구에서 활동하는 승려와 세계종교지도자협의회 사무총장, 미국 세인트존더디바인대성당 수석사제 등 다른 종교 지도자도 함께한다. 또 오후8시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에는 국내외 400여명의 스님과 일반 대중 약 3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님은 거창한 수행이 아닌 생활 속 수행을 강조했다. "일하고 밥 먹고 잠자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화두를 챙기면서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선 수행을 통해 너와 나는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 가족과 이웃, 국가 간에 화낼 일이 없고 서로 도우며 좋은 사회를 이뤄갈 수 있습니다. 전 국민, 전 세계인이 생활 속 수행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뤄갈 수 있습니다."
지난 1953년 열아홉의 나이로 해인사에서 출가한 진제 스님은 경허선사-혜월선사-운봉선사-향곡선사로 내려오는 전통 법맥을 잇는 선승이다. 1971년 부산 해운정사를 창건했고 2002년에는 이곳에서 중국과 일본의 불교계 고승을 초청해 유례없는 국제적 규모의 무차선 대법회를 열었다. 그간 일부 큰 사찰에서 무차대회를 연 적이 있지만 단발적인 국내 행사에 그쳤다. 그는 2004년 대한불교조계종 대종사에, 2012년에는 종정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