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12일] 떠오르는 중국과 상생하는 법

정환우(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일화가 하나 있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의 지원을 얻기 위해 의회에 제출한 자구책에는 내년부터 중국 상하이GM이 만든 자동차, 이를테면 중국산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입해 파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의회와 자동차노조를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졌다. 국민 세금 쏟아 부어 살려주니까 고작 한다는 게 중국산 자동차를 수입해 오느냐는 것이다. 생산·R&D 확대는 한국에 기회
GM은 결국 파산의 길을 걷게 됐지만 이 에피소드는 미국의 산업통상이 처한 딜레마뿐 아니라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뜨거운 감자’로 돼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급한 마음에 먹으려고 집어 들었다가 어찌 될지 알 수가 없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떠오르는 강자 중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혼란이 있다. 한쪽에서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을 겨냥해 내수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편에서는 아직도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파고들 것이라는 ‘중국위협론’ 류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활용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 강화가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made in China’ 마크가 찍힌 수출품의 60%가량은 그곳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생산한 제품이고 외자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기업이다. 이런 구조에서 중국의 수출 확대는 상당 부분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 확대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수출 확대를 의미하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의 수출이 급감하자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뿐 아니라 세계 수출이 훨씬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을 가공생산기지로 이용하고 있는 대만ㆍ일본 등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중국-세계시장을 아우르는 상생 분업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 하나, 중국 내수시장이 거대하다는 점에만 주목해서는 중국시장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기 힘들다. 더 중요하게, 중국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자 소싱기지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이 거의 모두 중국에 들어와 있고 상당수 중국 토착기업들도 이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중국은 단순한 소비시장에서 더 나아가 생산과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곳으로 되고 있고 이것이 제공하는 기회야말로 우리가 중국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진짜 이유이다. 이상 두가지 점을 분명히 인식할 때 중국시장의 가치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은 중국시장을 단순한 가공기지나 내수시장 개척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수시장과 세계시장을 아우르는 글로벌 경영의 거점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 구도에 따라 한국과 중국, 그리고 제3국이 적절한 분업관계를 이룰 때 한ㆍ중 양국을 오가는 장기적인 상생협력의 틀이 마련될 수 있다. 對중국 통상협력망 구축해야
대중국 통상정책의 초점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지원해주는 데 맞춰질 필요가 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ㆍ동남아 시장을 세계시장과 이어주는 허브가 되도록 해주는 통상협력망 구축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전략구도 하에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앞으로 전개될 통상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중국 기업과 똑같은 대우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고,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관심을 가진 세계 기업 역시 한국시장을 통한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협력틀은 한쪽의 양보가 아니라 양국 모두 이익을 극대화하는 윈윈형 상생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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