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동걸린 경영권 편법 방어(사설)

서울고등법원이 한화종합금융 발행 사모전환사채(CB)를 무효라고 판결함으로써 재벌들의 편법적인 경영권 방어시도에 제동을 걸었다.고법의 이같은 판결은 지난 2월 CB의 효력을 인정한 서울 지방법원의 판결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법은 CB발행에 있어 주주보호보다 거래 안전을 중시,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전격 발행한 CB효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고법은 대주주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CB를 발행한 것은 CB제도를 남용한 것이고 또 특정우호세력에만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소수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CB발행경위·방법·결과 등을 종합해 볼때 불공정하기 때문에 한화종금 발행CB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만 신주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본안 재판에 맡기거나 대법원의 판결이후로 미뤘다. 경영권 이동에 따른 파문을 감안, 유보한 것이다. 법리와 현실적 경제논리를 절충한 판단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한화종금의 경영권 분쟁은 본안 재판과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번 고법 판결의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 판결엔 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일지라도 편법이나 불공정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수주주 보호에 무게가 실렸다는 점도 읽을 수 있다. 예단할수는 없지만 이같은 논리는 본안 재판이나 대법원에서도 수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또 이 판결은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 CB의 위력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CB 발행의 편법과 불공정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M&A 활성화와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M&A는 세계적 추세고 정부도 정책적으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경영측의 탈법 부실경영을 제동하면서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의 민주화와 투명경영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적대적 M&A는 경계해야 한다. 경영권을 보호하려다 보면 투자가 왜곡되고 소유분산이 저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경쟁력 강화와 기업체질 개선이 지연될 우려가 없지않다. 한화종금의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았고 장기화될 전망이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지리한 공방보다는 화의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고법 판결도 그런 권고를 함축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사모CB발행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