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집증후군' 기준부터 만들어라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했다가 피부병을 앓은 가족에게 시공사는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24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내려졌다. 그 동안 수없이 위험성이 지적되어온 ‘새집증후군’의 피해를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셈이다. 날로 관심이 높아지는 국민건강의 중요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바람직한 결정이라 하겠다. 사실 새집증후군의 심각성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서울지역의 신축 아파트 입주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가구 중 7가구에서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이 검출됐고 환경부가 지난달 공개한 실태조사에서도 신축 1년 이내 아파트의 47%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을 넘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배상결정을 하면서도 아직 국내에는 아무런 기준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배상결정으로 유사 조정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다 보니 피해자들은 일일이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세부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배상결정부터 내리는 것은 일방적으로 건설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전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늦었지만 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해 친환경 건축자재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의 수치를 입주 전 공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점포ㆍ찜질방ㆍ지하주차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 질은 기준을 정해 놓고도 단 하루도 벗어날 수 없는 생활공간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왜 기준이 없는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환경부는 실태조사를 마친 뒤 내년 초에나 공동주택의 실내공기의 질에 관한 기준을 마련한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환경오염은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하면 이미 때를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피해자를 단 한명이라도 더 줄이려면 우선 기준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이다. 경과규정을 두더라도 하루속히 세부기준이 명시되어 있는 관련법률을 만들고 행정지도 후에 단속과 제재에 나서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아울러 건설사들도 근거 없는 제재라며 억울해 하지만 말고 이번 배상결정을 계기로 친환경적인 주거공간 마련에 앞장서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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