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부채비율 36년來 최저차입금 축소·구조조정 힘입어 수익성 개선
'안정성과 수익성은 획기적으로 개선, 성장성은 약화.'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02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차입을 줄여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차입금 감소로 이자지급 규모도 줄어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기업들이 현금 등 유동성을 늘리는 대신 설비투자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유형자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유형자산이 감소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가상각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의 성장여력도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 재무구조는 이제 선진국 수준
제조업체의 재무구조는 이제 선진국 수준이다. 올 6월 말 현재 부채비율은 135.6%로 미국(162.1%), 일본(159.7%) 등보다도 훨씬 낮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부채비율은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396.8%에 달했으나 불과 5년 사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부채비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우량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부채를 줄인 것도 한 원인이지만 옛 대우 계열사들의 '통계왜곡'이 큰 몫을 했다. 올 상반기 중 제조업체의 부채비율 감소폭은 모두 46.6%포인트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우자동차 채무의 출자전환과 대우중공업의 통계 제외에 따른 부채비율 감소폭이 각각 25.8%포인트, 6.1%포인트 등으로 모두 31.6%포인트에 달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업이나 도ㆍ소매업의 재무구조도 크게 호전됐다. 6월 말 현재 건설업 부채비율은 280.2%로 지난해 말(352.5%)에 비해 72.3%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건설경기 호황으로 수익성이 높아지자 잉여금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ㆍ소매업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의 448.7%에서 200.9%로 하락했다.
▶ 이익내역도 건전해져
올들어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재료비 부담이 줄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8%로 지난해 같은 기간(6.9%)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또 부채감소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상반기 환율하락의 영향으로 외환이익이 발생하면서 매출액 경상이익률도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7.3%로 지난해 같은 기간(3.7%)에 비해 두배 수준으로 높아져 89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 설비 등 유형자산은 줄어
기업들이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금 등 유동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유형자산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107.9%로 지난해 말(97.9%)보다 10%포인트나 올라갔다. 이는 결국 만기 1년 이내의 자산으로 만기 1년 이내의 부채를 모두 갚고도 돈이 남는다는 뜻이다.
반면 유형자산은 올 상반기에도 1.3% 감소해 지난해(0.1%)에 이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유형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9%로 지난해 말(45.2%)에 비해 2.3%포인트 하락했다.
정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