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MF의 트라우마'… 다시 불붙은 보유외환 적정성 논란

KDI·민간경제연구소등 한때 "1,000억弗도 많다"<br>지금은 "3,000억弗돼야"<br>"시장 개입으로 비칠라…"<br>외환당국 신중 행보속 속내는 "많을수록 좋아"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외환보유액를 3,000억달러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외환보유액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번 일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에다 외환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은 숙명과도 같이 반복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자칫 인위적으로 목표액을 정해놓고 외환보유액를 늘릴 경우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에 대한 외환당국의 속내는 ‘다다익선’이다. 경상수지 흑자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서 시장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늘린다는 게 외환당국의 전략이다. 당국으로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32억달러의 외환보유액에 따른 IMF 구제금융의 충격은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한때는 ‘외환보유액 너무 많다’ 주장도=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 들어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시작됐다. 당시 외환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2001~2002년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니까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서 관리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국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외환보유액이 1,500억달러를 넘어서자 과도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해외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한국투자공사(KIC)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글로벌 유동성 위기 1년 전인 2007년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환보유액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8년 예산안 분석’을 통해 적정 외환보유액 대비 1,673억달러나 초과한 상태라고 분석했고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은행 국정감사 질의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달러 매입)에 따른 과다 외환보유액으로 외평채 및 통안채 수지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정부가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따란 외환보유액을 털어 환율 방어에 쓰면서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는 정책이 적합한지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올 들어서는 3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유동외채 대비 1.04배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외환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간에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위기 당시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으로도 시장을 안정시키기 힘들었다는 점이 깔려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정할 때 기존에는 경상거래에 자본거래만 포함했지만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계산하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3,000억달러가 조금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60%)과 환란ㆍ금융위기를 경험한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해 적정 외환보유액을 계산하면 3,000억달러+알파(α)가 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도 충분한 외환보유액이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간부들에게 종종 외환보유액의 ‘다다익선’론을 강조한다. 이 총재는 “싱가포르ㆍ대만 등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작은 나라들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비교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데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순식간에 소진되는 것을 보면 외환보유액은 많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도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쌓는 것만이 국제금융시장 급변에 따른 외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곤란=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인위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여 무리하게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외환시장 개입으로 비쳐지며 자칫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확충에 나설 경우 달러를 사고 원화를 풀어야 해 가뜩이나 넘쳐나는 유동성 관리에도 부담이 가중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본수지도 흑자를 지속하면 자연스럽게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게 된다”며 “외환보유액 하나만으로 위기시에 대비하기보다는 통화스와프 같은 조치를 통해 자본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