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대-우려 속 러플린 KAIST총장 취임

"국내대학 국제위상 높이고 과학기술계 도약 계기될것"


로버트 러플린(Robert B. Laughlinㆍ54ㆍ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임 총장이 14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총장업무에 들어간 가운데 외국인 KAIST 총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러플린 총장에게 실리는 기대는 KAIST를 혁신함으로써 한국 과학기술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다. 반면 외국인으로서 한국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외국인 거물학자의 영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동안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왔던 우리 대학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또 선진시스템 도입 등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KAIST는 러플린 총장의 취임식을 ‘KAIST 도약의 날’로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KAIST가 세계최고의 명문 이공계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 국가대표축구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이 학벌ㆍ지연을 초월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가정 아래 러플린 총장이 KAIST에도 그런 ‘기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이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러플린 총장 때문에 우수한 신입생을 모으기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석학의 총장 영입은 벌써 충분한 효과를 냈다고 본다”고 반겼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상존한다. 파격적 대우(연봉 40만여달러로 추정)로 인한 국내 교수진과의 위화감 조성, 문화차이, 언어소통 등 외국인으로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학정책은 독자적 운영방침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의 장단기 정책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외국인 총장이 미세한 현안을 조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러플린 총장의 화려한 개인이력이 행정능력까지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불협화음만 낳는 섣부른 시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러플린 총장의 영입이 국내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동력이 되리라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해외의 경우 외국인이 총장을 하는 경우가 드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에 대한 기대는 보다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러플린 신임 총장의 취임식은 이날 오후2시부터 KAIST 대강당에서 1시간 동안 거행됐다. 러플린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연구중심대학이 처한 문제들은 그 본성상 역사적 맥락을 띠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전세계에 걸쳐 동일한 것”이라면서 “바로 (이런) 제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이상실현에 대해 피력한 바 있다. 지난 4월 아ㆍ태이론물리연구센터 소장 취임시 “한국은 적당한 국가크기, 민주화 정도, 중국이라는 역동적인 사회를 옆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지식 및 일반적 지식의 결합’이라는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말했었다. 러플린 총장의 KAIST 총장직 수행은 ‘전임(full-time) 형태’로 이뤄진다. 기존에 맡고 있던 포항공대 석좌교수와 아ㆍ태이론물리연구센터 소장(연간 1개월 근무)은 KAIST측의 양해 아래 겸직한다. 그는 양자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분수양자 홀 효과(Fractional quantum Hall effect)’를 이론적으로 처음 설명한 공로로 9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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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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