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열 재활용이 우선인가, 집단에너지 사업법이 우선인가.”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에너지 공급권을 둘러싸고 공단 내 집단에너지 독점공급 업체인 ㈜한주 측과 잉여 폐열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삼성석유화학㈜ 간의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삼성석화는 최근 법원의 ‘집단에너지 공급지역 내에 소재한 기업들은 집단에너지 사업허가를 받은 공급사업자 외에 에너지를 임의로 사고 팔 수 없다’는 가처분 결정에 반발, 울산지법에 이의신청을 냈다. 울산지법은 이에 앞서 지난 2월 초 한주가 삼성석화를 상대로 제기한 저압증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삼성석유화학은 저압증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 1차로 한주 측의 손을 들어줬다.
두 회사 간의 에너지 공급 영역다툼은 삼성석화 측이 인근 회사에 잉여 폐열을 싸게 공급하면서 촉발됐다. 삼성석화는 석유화학 원료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월평균 1만2,000㎥의 잉여폐열 재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중 지난해 8월 인근의 한국알콜㈜에서 폐열을 받겠다고 제의, 매월 2억여원씩 연간 25억원 상당의 폐열을 공급해왔다. 이 계약으로 한국알콜도 연간 30억원가량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등 폐열 재활용을 통한 두회사 간 ‘윈윈 전략’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석유화학공단 내 에너지 독점공급 업체인 한주는 최근 ‘현행 법으로 보장된 에너지 독점공급권을 침해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 법원이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삼성석화와 한국알콜 간 윈윈 전략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삼성석화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관리공단과 규제개혁위원회의 자문 결과 '1개 업체에 한해 폐열을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폐열을 공급해왔다”며 “본안소송을 통해서라도 폐열 재활용 사업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 간의 다툼을 계기로 현행 집단에너지사업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울산석유화학단지를 포함한 전국 15개 산업단지에서 20개 사업자가 독점공급 업자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여타 업체의 경우 자원 재활용 차원이라도 모든 에너지 공급행위가 위법행위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당시 재판부도 “에너지이용 합리화 등을 위해 정책적인 측면에서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절대적 공급독점권이 완화될 필요성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울산생태산업단지(EIP)사업단도 최근 이번 사태와 관련, “잉여자원을 타기업에 주지 못하도록 규정한 집단에너지 사업법이 자원순환형 생태산업단지 구축을 가로막고 있다”며 산자부에 합리적인 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주의 한 관계자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사전에 공급회사들의 수요를 예측, 증설한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게 되면 결국 과잉투자로 참여업체들이 피해를 보게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