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잔여지분(40%) 전량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결합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을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지 1년이 다가오지만 시너지 측면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자 김정태(사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외환은행 노조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100%를 확보하면 독립경영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하나금융은 경영 효율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며 외환은행 독립경영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식교환 방식으로 잔여지분 매입=하나금융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외환은행 지분 100%를 확보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오는 4월 초까지 주식교환 방식으로 잔여지분 4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교환비율 1대0.1894를 적용해 외환은행 주식 5.28주당 하나금융 주식 1주를 맞바꾸기로 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갖고 있는 자기주식(202만주)을 먼저 동원하고 나머지는 신주를 발행해 주가 희석 효과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이 주식교환 방식을 택한 이유는 경영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차원이다. 김 회장은 담화문에서 "주식교환을 통해 그룹의 자본 조달 효율성이 증대되고 향후 적용될 바젤Ⅲ 기준의 자본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면서 "외환은행이 그룹의 연결납세 대상이 됨으로써 그룹의 전체적인 납세 부담 또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면 절차가 복잡한데다 자금도 많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외환은행 편입 이후 장내 매수를 통해 57.27%였던 지분율을 60.0%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1,458억원을 투입한 터라 자금부담을 갖고 있다. 배당소득세(60억원)와 법인세(200억원)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셈법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다 자회사 간 협업을 활성화해 시너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작용했다.
◇독립경영 두고 하나금융-외환 노조 파열음=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지분 100% 확보는)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지난해 2월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이번 하나금융의 결정을 통합을 전제로 한 사전 작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100% 지분 인수에 따른 상장폐지가 통합을 위한 수순이며 독립경영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통합 여부를 5년 뒤 노사합의로 결정하기로 약속했는데 하나금융이 이를 저버리고 통합을 전제로 한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라며 강력 대응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결정이 외환은행 독립경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회장은 노조 반발을 의식해 "주식교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ㆍ17 합의서의 정신은 존중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그룹 DNA를 하루빨리 외환은행에 이식하는 동시에 사사건건 그룹 방침에 반발하는 노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분 인수를 단기간에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한은 지분ㆍ주식매수청구권 등 과제도 남아=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잔여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는 노조 반대뿐만이 아니다.
먼저 2대 주주로 있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지분 6.12%를 사들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매각 지침을 전달받았다. 지침에는 장내 매각을 비롯해 대주주 공개매수 대응,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 다양한 방안이 나열돼 있지만 한은이 주식교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한은 관계자는 "하나금융과의 사전 조율은 없었다"면서 "관련 법규와 재정부 매각지침 등을 참고해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터라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도 이러한 가능성을 의식한 듯 지주나 외환은행 중 어느 한 회사에 대해서라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 주식교환 자체를 무효화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주식교환이 그룹과 외환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클 경우 무효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