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조선소들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 토요일에 쉬게 되면 우리도 일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경우 인건비 부담이 15% 늘어나고 토요일마다 용광로 가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공장을 멈춰 세우라는 얘기와 다름 없습니다.” 지방에서 조선기자재를 생산해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A사 부사장의 말이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더라도 대기업 납품과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납기 준수를 위해 특근을 해야 합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특근을 할 경우 임금부담은 뻔한 일입니다. 3~5%대의 영업이익률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합니다.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중국과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방 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C사 사장의 얘기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몸을 떨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주5일 근무제 근무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큰 화를 초래한다. 자동차와 조선소 등 대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익을 달성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더라도 상승한 인건비 부담을 중소기업으로 이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교묘하게 구축하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면 이에 상당하는 비용을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를 낮춤으로써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대ㆍ중소기업간 하도급률이 70%에 달하는 거래관행을 감안하면 대기업들은 비상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 관행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죽어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이 시점에서 260만 중소기업의 대변자인 기협중앙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곰곰히 반성해야 한다. 중소업계의 목소리를 한곳으로 결집해 이를 정부와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생산현장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기협중앙회는 고용허가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생산현장의 중소기업 대표들은 기협중앙회가 언제쯤 자기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성장기업부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