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T 훈수두기] 권석철 ㈜하우리 대표

“혹시 하우리에서 바이러스를 만든 건 아닌가요” 지난 1999년 4월 CIH(일명 체르노빌) 바이러스가 악명을 떨쳤을 때 심심찮게 받았던 질문이다. 고도의 기술로 치밀하게 제작된 CIH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을 하우리라는 신생기업이 재빨리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다행히 CIH 바이러스 제작자는 타이완에서 검거돼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밤까지 새워가며 백신을 개발해 놓고도 이런 황당한 오해를 받아 속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요즘도 백신업체가 돈을 벌기 위해 백신을 개발해 놓고 바이러스를 뿌린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를 종종 듣는다. 백신을 만드는 쪽과 달리 바이러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여전히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들은 음지에서 활동하며 고도의 기술로 보안망을 뚫고 세상을 놀라게 하니 보통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나이어린 친구들은 바이러스 제작자나 해커들이 마치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환상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 제작의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다. 컴퓨터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프로그래밍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등이 보편적인 이유다. 최근에 특별한 이유없이 만들어지는 바이러스도 많다. `그냥 심심해서`,`여자친구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등 너무나 단순한 이유로 수많은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 어느 경우든 도의적인 책임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미숙한 컴퓨터 윤리의식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왜곡된 방향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의 꾸준한 단속으로 국내 바이러스 제작자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술 보다는 윤리나 양심을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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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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