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직 너무 많이 손실… 사인 밝힐 단서 전혀 없어"

■ 국과수 "유병언 맞지만 死因 판명 불가"

검찰, 兪씨 도주행적·현장 재조사 불가피… 최측근 양회정 등 검거가 관건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이 심하게 훼손돼 그의 사인을 현재로서는 알 수 없게 됐다.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전 서울분원에서 사상 초유의 브리핑을 열고 외력에 의한 충격이나 목졸림 등 다른 형태의 타살 흔적이 있는지, 유씨가 지병이나 탈진·저체온증 등으로 자연사했는지 등은 심장이나 폐 등 장기가 너무 심하게 부패해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유씨의 시신 부검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한영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은 이날 "일반적으로 부패한 시신이라도 사인 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유씨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은 조직이 손실돼 사인을 규명할 만한 실마리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시신을 부검할 때 외상과 질식·약물중독·저체온·영양부실·내부요인 등으로 인한 사망 요인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약물반응 검사에서 나타나는 음성반응뿐이다. 즉 외상과 질식 등 다른 요인들은 시신에 심하게 퍼져버린 구더기 등으로 훼손돼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씨가 발견될 당시 반듯하게 뉘어져 있던 유씨 주검의 자세를 근거로 타살을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날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난센스"라며 일축했다. 시신의 마지막 자세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같이 유씨의 사인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이 되지 않게 되자 수사당국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25일 검찰이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을 급습할 때 유씨가 현장에 있었음에도 검거하지 못했는데 이후 이 사실을 검찰과 경찰이 서로 공유만 했어도 유씨를 검거하거나 시신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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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달 12일 유씨의 시신이 처음 발견될 당시 법의학자가 동행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날 국과수 브리핑에 참석한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 교수는 "1차 검시 때 그냥 경찰만 가서 경찰 시각으로만 현장을 봤다"며 "법의학자들이 같이 갔다면 현장에서 또 다른 의견이 개진될 수 있었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결국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유씨의 사인을 밝혀내는 일은 수사당국의 몫으로 남게 됐다. 유씨가 5월25일 밤에서 이튿날 새벽 사이에 은신처였던 순천 별장을 빠져나와 그로부터 2.5㎞가량 떨어진 매실밭으로 어떻게 이동했는지, 혹시 동행자가 없었는지 등을 재구성함으로써 유씨의 사망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최대한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가장 급선무는 유씨의 최측근인 양회정(55)씨와 '김엄마' 김명숙(59)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들은 지금 단계에서 유씨가 순천에서 위급한 상황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5월25일 별장 근처의 야망연수원에 머물던 양씨는 검찰 수사관들이 연수원을 찾아왔다가 별장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씨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이들이 유씨의 도주 초기부터 발 벗고 나설 만큼 충성스러웠던 점을 감안하면 직접 유씨를 구하러 가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순천 지역의 또 다른 신도에게 유씨를 도우라고 지시하거나 다른 신도들과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런 제3의 조력자가 유씨의 마지막 행보를 같이 했다면 유씨의 사망 원인 규명에도 한 발 다가설 수 있다.

검경은 이미 신병을 확보한 도피 조력자를 상대로도 유씨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단서를 잡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에 마련된 '유병언 변사사건 수사본부'는 24일부터 유씨와 마지막까지 별장에 함께 있었던 비서 신모(33·구속)씨를 상대로 아직 밝히지 않은 사실이 없는지 추궁하고 있다. 또 별장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변모(61)씨 부부를 상대로 또 다른 은신처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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