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황사(黃砂)와 횡사(橫死)

김성훈 <상지대 총장ㆍ경실련 공동대표>

우리나라는 지금 황사(黃砂)와 미세 먼지, 다이옥신 등 대기오염 현상으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1,000여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의 잘잘못과는 상관없는 자연재난으로 뭇 생명들이 명대로 살지 못하고 비명횡사(非命橫死)해가고 있다. 그중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현상은 황사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황사가 찾아와 기승을 부리며 전국을 뒤덮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발생횟수와 농도가 부쩍 심해지고 있다. 연간 12일에서 많으면 97일에 달하는 황사 피해 때문에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평균 2,310명, 폐와 호흡기 계통 질환자 수는 18만6,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상기후 현상까지 겹쳐 우리나라의 일조시간도 매년 줄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03년 한해의 총 일조시간이 1,450시간, 하루 평균 4시간에 불과했다. 사과ㆍ배 등 과실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이미 상습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사 피해 하나만으로도 연간 2,000억원, 미세 먼지와 대기오염 등에 의한 총 피해액은 근 10조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황사 피해 말고도 대기 중에 만연한 다이옥신, 사흘에 이틀 꼴로 자욱하게 서울 하늘을 뒤덮는 살인적인 공해성 미세 먼지, 연간 100회에 달하는 오존의 피해 규모가 시나브로 정상적인 생명유지 및 경제사회 활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대기오염도가 이제 울산ㆍ안산 등 어지간한 공단지역 수준과 맞먹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는 1,500만 서울시민이 일시에 담배연기를 뿜어댄다 해도 위해도(危害度)면에서 대기오염의 피해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실제 서울에서는 새벽 조깅이 더 이상 건강 향상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해롭다는 판정이다. 하루종일 공중에 떠다니던 미세 먼지와 자동차 등 매연으로부터 떠오른 중화학물질이 새벽 습기를 매체 삼아 코팅돼 인체에 흡입될 때 호흡기와 기관지 계통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비염과 폐질환, 가장 높은 폐암 발생률 등은 대기 중의 미세물질이 다이옥신이라든지 중화학물질 등과 만나 일으키는 합병 현상이다. 연전에 유기농업 연수단을 인솔하고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들렸을 때 현지인 관광 가이드가 들려준 환영 코멘트는 사뭇 코미디적이다. 자기들은 서울분들에게 특히 감사하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멕시코시가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오염된 도시로 악명이 높았는데 이제 그 명예를 서울시가 가져갔기 때문이란다. 이는 사실이다. 미세 먼지 기준의 대기오염도면에서 서울이 세계 제1의 도시로 공인된 지 3년째다. 세계 각국의 수도권 미세 먼지 농도가 연평균 20~30미크론(㎍/㎥)인데 반해 서울은 70미크론이고 인체 위해면에서 최대 허용치인 150을 초과하는 날이 다반사이다. 황사 현상은 생태계와 숲을 함부로 파괴하면서 가속이 붙었다. 다이옥신, 미세 먼지 등 화학적 대기오염 현상 역시 경제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마구잡이로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남용ㆍ오용ㆍ과용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땅의 어린 아이와 후손에게 금수도 살기 힘든 오염강산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연과 인간, 환경과 경제, 생태계와 문명이 공존공영(共存共榮)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국민적 합의를 모을 때이다. 즉 ‘지속 가능한 발전’ 철학이 모든 경제행위의 의사결정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한다. ‘황사’가 ‘횡사’를 불러들이지 않게 하려면, 개발행위가 생명의 근원을 파괴하지 않게 하려면, 그러면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 경제, 삶의 질을 유지 발전시키려 한다면, 진정으로 자연환경생태계와 화해하고 조화해야 한다. 개발 일변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림 파괴, 절대농지 훼손, 그린벨트 해제, 골프장 무제한 건설, 신도시 개발만을 부르짖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깊이 성찰하고 멀리 내다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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