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FTA와 한국 시계산업

"한국 시계산업이 위축됐다고 하지만 아직 100여 업체에 1,500명의 종사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체결한 한국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타격을 입었는데도 이렇게 무신경할 수 있나요?" 한국이 유럽연합(EU)에 참가하지 않은 스위스ㆍ노르웨이ㆍ아이슬란드ㆍ리히텐슈타인의 4개국이 속한 EFTA와 체결한 FTA가 이번 달로 4년째다. 이 협정으로 타격을 입은 시계업체의 실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업체 사장은 이처럼 하소연했다. 정부가 FTA 피해 산업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1년 기한으로 관세를 환원시키는 무역구제제도처럼 실효성 없는 대책뿐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20만~50만원 중간 가격대의 패션브랜드 시계에 관세를 붙여도 2만~5만원 정도 가격이 오를 뿐"이라며 "이미 위축된 국내 산업을 회복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한ㆍEFTA 협정으로 시계에 붙던 8%의 관세가 철폐돼 아르마니ㆍDKNY 등의 시계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전문 시계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고 스위스에서 생산했다는 이미지 덕분이다. 그 결과 2007년 1억달러 수준이던 스위스산 시계 수입액은 불과 4년 만인 지난해에 2억3,0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중소업체들은 10만원 이하의 저가 시계에 주력하거나 원가 압박을 못 견뎌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시계업체들은 높은 완성도와 정확한 납기 준수로 스위스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가 경쟁력만 앞세운 중국산보다 한국산 부품이 고품질의 스위스 시계에 적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FTA 덕분에 절감된 가격도 큰 힘이 됐음은 당연하다. FTA를 체결한 정부의 역할도 비로소 명확해졌다. 경쟁력이 있어도 독자적으로는 스위스 업체에 알리기 어려운 부품업체를 지원하고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국내 시계부품산업을 복구하려는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할 것이다. 고사 위기에 처했던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시계업계의 노력에 부응하는 정부의 맞춤형 FTA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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