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포장마차 ‘피쉬앤그릴’과 잔치주점 ‘짚동가리쌩주’를 운영하는 리치푸드㈜는 외식전문가들의 집단이다. 임직원들의 대부분이 패밀리레스토랑 등 외식업체를 한 두 곳은 거친 이들이다. 외식업에 대한 안목과 감각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여영주 대표(44) 역시 외식업계 ‘베테랑’이다. 서울 힐튼호텔 근무를 시작으로 T.G.I.프라이데이스에서는 오픈 멤버였다. 양재점장으로 재직할 때는 T.G.I.F 전세계 최고 일매출을 기록하는 뛰어난 관리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까르푸 신선식품 부장을 역임하면서 식자재 관리 및 유통시스템에 대한 노하우를 익힌 뒤 마르쉐 영업본부장도 지냈다. 이처럼 화려한 외식업계 경력을 가진 그는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2년 대형 호프레스토랑과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창업했지만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수억원의 빚을 지고 사업을 접었다. 여 대표는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창업을 했지만 당시 예비 창업자들이 대형 레스토랑을 차릴 정도의 자본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며 “직장생활과 실제 창업은 많이 달랐다”라고 말했다. 큰 실패를 경험했지만 여 대표는 자신을 믿고 떠나지 않는 직원들을 보며 재기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창업시장의 트렌드를 철저히 분석했다. 창업비용이 적고, 고객층이 넓은 아이템이 성공 가능성 높다고 보고, 포장마차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퓨전메뉴를 맛볼 수 있는 ‘피쉬앤그릴’을 론칭했다. 피쉬앤그릴은 2003년 12월에 1호점을 오픈했다. 현재 점포수는 370여개. 피쉬앤그릴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제2브랜드로 출시한 ‘짚동가리쌩주’도 현재 점포수가 9개월만에 50개에 이를 정도로 시장에 연착륙하는데 성공했다. 여 대표는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나를 믿어준 직원들에 대한 책임과 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여 대표는 매주 월요일 전 임직원에게 메일로 월요편지를 보낸다. 매주 주제는 다르지만 지난 1월은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공유하기 위한 내용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중심을 이뤘다. 그러나 한결같이 편지 말미에는 “같이하는 성장, 함께하는 행복”이란 문구를 넣고 있다. 회사, 직원, 가맹점주 모두 같이 성장해서 함께 행복을 나누자는 상생의 철학을 담고 있다. 여 대표는 직원들에게 현장 중심의 영업과 가맹점 지원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맹점주가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라는 것.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고 믿는 여 대표는 스스로도 현장에서 답을 구하며 성장했고 지금도 저녁에 가맹점을 순회하며 경영방향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여 대표가 올 들어 부쩍 자주 쓰는 단어는 ‘혁신’이다. 혁신을 해야만 새로운 성과를 창출해 변화를 즐기며, 지금까지의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제적인 만족을 이룰 수 있다는 것. 혁신과 창의성을 살려주기 위해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임직원이 1월에 동경, 홍콩, 상하이 등 선진 외식업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견문을 넓혀야 혁신과 창의성을 위한 상상력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리치푸드의 로고에 사람을 넣은 것은 인재를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며 회사를 전문가 집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면서 “단 한사람의 고객까지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고객 중심으로 유연하게 변화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 피쉬앤그릴과 짚동가리쌩주 피쉬&그릴은 과거 '인생주막'으로 서민의 시름과 애환을 다래던 포장마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친근한 분위기와 향수는 그대로 살리면서 포장마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6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퓨전메뉴로 즐거운 만남이란 가치를 제공하는 신개념 퓨전포장마차다. 짚동가리 쌩주는 충남 아산지역의 전통주인 짚동가리술을 핵심메뉴로 한 브랜드다. 짚동가리는 볏짚 묶음을 칭하는 말로, 짚동가리술은 일제시대에 밀주단속을 피해 짚더미속에 술항아리를 숨겨서 몰래 빚어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 열처리를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기 때문에 단백질 같은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리치푸드는 젊은 고객층이 선호하는 맛으로 짚동가리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1년여간 개발기간을 거쳤다. 신선함을 강조하고 고객들에게 쉽게 각인시키기 위해 '생주(生酒)'를 '쌩주'로 이름붙였다. 360cc에 3,000~4,000원으로 저렴해 기존 전통주ㆍ약주 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피쉬&그릴과 짚동가리 쌩주는 60여가지의 다양한 안주메뉴가 강점이다. 리치푸드는 호텔과 외식업체 출신의 6명의 메뉴 개발 인원을 두고 해마다 두차례씩 변화하는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피쉬&그릴이 퓨전안주를 주력으로 한다면 짚동가리 쌩주는 전통음식을 현대화한 메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리치푸드는 일산과 평택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서울과 수도권 매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자재를 본사가 직접 공급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 식자재를 패키지화해 가맹점에서 조리만 하면 되는 '원팩 원메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조리가 간편하고, 로스(loss)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매장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전체 가맹점이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