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로 넘어온 '행담도개발' 의혹과 쟁점

감사원이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과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 등 4명에 대해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함에 따라 행담도개발비리 의혹사건의 진상규명 역할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도로공사의 지급보증 의혹= 먼저 도공이 지난해 1월 ㈜행담도개발 대주주인 EKI에 대해 사실상의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하는 내용의 불평등 계약을 한 배경을 둘러싼 의혹을 푸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공은 1999년 행담도 개발을 위해 싱가포르 투자사인 이콘(ECON), 현대건설과함께 행담도개발㈜을 설립하면서 도로공사 10%, 이콘 63.9%, 현대건설 26.1%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이콘이 설립한 한국내 자회사로, 김재복씨가 실질적 소유주인 EKI는 2003년 7월위락시설을 조성하는 2단계 사업에 들어가자 자금조달의 어려움에 직면, 8천3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도로공사에 보증을 요구했다. 도공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1월 EKI의 요청이 있으면 2009년부터 EKI의 행담 도개발㈜ 주식을 1억500만달러에 구입해주기로 하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해 김씨는 사업에 실패해도 투자비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 계약이 도공의 해명처럼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인지, 누군가의 영향력에 의한 것인지는 계약체결의 당사자인 오씨와 김씨에 대한 검찰조사를 통해 규명돼야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도공측은 사업이 실패해 주식을 매입한다 해도 행담도 사업 경영권과행담도 휴게소, 7만평 매립지와 개발시설 등을 모두 넘겨받도록 해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도 금전 피해는 없고 공동계좌로 투자금을 관리토록 약정해 위험부담도 없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의 EKI 채권 매입 의혹= EKI가 도공과 풋옵션 계약을 지렛대 삼아 올초 미국에서 발행한 8천300만달러 상당 채권을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6천만달러)와 한국교직원공제회(2천300만달러)에서 전량 매입함으로써 결국 외자가 아닌 국내돈으로 사업을 하게 된 경위도 풀어야할 의혹이다. 외자유치를 기치로 내걸고 시작한 행담도개발사업이 변질돼 사실상 우리 돈으로사업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채권을 매입한 기관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영향권 안에 있는 공공기관이라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문정인 전 위원장이 해외채권 발행을 위한정부지원의향서를 써 준 사실이 감사결과 드러난 바 있어 대통령 자문기구가 민간기업의 든든한 배경이 돼 준 과정도 핵심 의혹이다. 채권을 매입한 정통부와 공제회 쪽은 "금리도 높고 도공이 사실상 보증을 서고있어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실세'들의 김재복씨 지원 의혹=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 위원장과 정태인 전동북아시대위 기조실장,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현정권 실세들이 개인사업에부적절하게 개입한 배경도 검찰이 밝혀야할 대목.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의 문씨와 정씨는 작년 7~9월 위원회 차원의 공식논의 없이 행담도개발과 MOU(양해각서)를 작성하고, 정부지원의향서(Letter of support)를 써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또 김씨로부터 `㈜행담도개발 주식을 회사채 발행의 담보로 사용하는데대해 도공이 동의하지 않으니 손학래 도공 사장에게 잘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자 올2월 도공 직원을 불러 질책까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문씨와 정씨는 수사의뢰되지 않았지만 대통령 자문기구 관계자로서 정부를대표하는 양 민간업체에 대한 지원의향을 밝힌 것은 월권행위라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인 만큼 검찰수사를 통해 김씨와 관계에서 이들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가 가려질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씨는 행담도 개발사업을 동북아위가 관여하는 `S-프로젝트'의 선도사업으로 보고 지원했다고 했지만 행담도 개발사업과 S-프로젝트는 무관한 것으로드러난 마당에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모호하다. 아울러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2003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호남발전에관심을 가질 것을 지시받은 뒤 서남해안개발사업에 관여하면서 동북아위에 김재복씨를 소개하고, 서남해안개발사업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난 행담도 개발사업을 지원한경위도 풀어야할 의혹이다 정 전 수석은 특히 지난달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 사용문제로 갈등 중이던 김씨와 손학래 도공사장을 불러 중재하는 모임을 갖는 등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사업에관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캘빈 유 주한싱가포르대사 개입 의혹= 캘빈 유 주한싱가포르대사가 작년 5월정 전 수석에게 행담도 개발사업을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규정해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왜 보냈는지, 또 어떤 자격으로 보냈느냐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정 전 수석뿐아니라 작년 1월에는 오점록 전 도공 사장에게도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한에서 캘빈 유 대사는 행담도 개발사업을 `싱가포르 기업과 대한민국 정부투자기관인 한국도로공사 간의 첫 합작품'으로 규정하고 김 사장에 대한 최대한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캄보디아에 있을 때부터 잘 알고 지낸캘빈 유 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에 캘빈 유 대사가 서한을 써 줬다"고 해명했다. 또, 싱가포르 대사관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는 행담도개발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캘빈 유 대사가 개인적 차원에서 서한을 써 줬을 가능성이높아 보인다. 그러나 캘빈 유 대사가 실제로 문제의 서한을 보냈는지, 보냈다면 어떤 연유에서 보냈는지 등은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지만 외국 대사에 대해 검찰이 적절한 조사수단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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