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휘발유 해외수입 성공의 3대 조건

정부가 치솟는 기름 값을 잡기 위해 휘발유 수입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휘발유 수입은 1년 전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심혈을 기울였는데도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직접 언급해 다시 주목된다. 석유공사가 국제입찰로 수입한 휘발유를 알뜰주유소에 공급해 기름 값 파괴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국내 정유사 생산제품의 55%가 해외로 수출되는 마당에 굳이 외화를 써가면서 휘발유를 수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기름 값을 내린다는 데 기대해볼 만은 하다. 소비자에게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수입을 꺼릴 이유가 없다. 한동안 내림세를 보이던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한달 전부터 리터당 2,000원 시대에 재진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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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수입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수입 휘발유가 수송비와 관리비를 포함해 국내산에 비해 확실히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비싼 수입산을 사와 석유공사에 가격을 보전하도록 하는 일은 애초에 배격해야 한다. 결국은 국민세금으로 석유공사의 적자를 메우게 된다. 수입 가격은 물론 관리 및 운송비를 포함한 원가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질이 처지는 수입제품에 맞추기 위해 기존 국내 환경기준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 수조원씩 투자해 높은 환경기준에 맞춰 탈황 정제시설을 갖춘 국내 정유회사들이 당장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해 지경부가 일본산 휘발유를 수입하려다 포기한 데는 가격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지만 환경기준을 맞추지 못한 요인이 컸다.

셋째,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건에 맞는 해외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꾸준히 국내에 공급해야 시중가격 자극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20만배럴은 그런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휘발유 월간 사용량(550만 배럴)의 4%에 불과한 물량이 얼마나 효과를 낼는지 의문이다. 내년 도입할 물량은 아직 계획조차 안 잡혀 있다. 지속적인 수입을 장담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는지 아니면 급하지 않은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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