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부 "출연연구기관등 예산 일률적 10% 감축"

과학계 "R&D 10兆시대 훼손" 반발<br>교과부 "중복 부분 조정해 새사업 투자" 달래기에<br>과학계 "감세·대운하 사업 때문에 미래자산 희생"<br>예산 줄이면 당장 이공계 국가장학금 혜택도 줄듯

새 정부의 대대적인 예산절감 움직임으로 '국가의 미래 자산'인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한연구원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새 정부의 대대적인 ‘예산감축’ 움직임으로 ‘R&D 10조원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2012년까지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16조원대까지 확대한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당장 올해 10조8,423억원이 배정된 R&D 예산의 최대 10%가 예산절감 차원에서 삭감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절감분이 주로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와 감세에 활용될 예정이어서 과학계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국가 미래자산인 R&D가 희생되는 게 아니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 R&D 10조원까지 건드리나=26일 서울경제가 교과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을 통해 입수한 ‘예산 10% 절감 추진 지침’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 14일 모든 산하기관에 보낸 지침에서 모든 산하기관에 일률적으로 “2008년 및 2009년 예산을 대상으로 정부예산의 10%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예컨대 A출연연의 내년 예산순계가 1,000억원일 경우 절감목표 금액은 100억원이 되고 이를 올해와 내년 각각 50억원씩 줄이거나 혹은 내년에 한꺼번에 100억원을 감축하는 식의 계획을 만들어 교과부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올해 중 10조8,423억원의 R&D 예산 중 일부가 당장 축소될 뿐 아니라 내년에도 예산감축 의무가 이어져 참여정부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던 정부 R&D 예산은 증가속도가 크게 줄거나 오히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목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R&D 예산 절감분은 중복되는 R&D 사업 등을 재조정해 다시 새로운 R&D 사업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과학계 ‘안심시키기’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정부조직개편으로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R&D 예산 편성권을 가졌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새 정부 들어 해체되면서 기획재정부가 예산 관련 전권을 쥔 만큼 절감예산 역시 재정부가 전부처 절감분을 통합 조정해 국정과제 사업과 감세 재원으로 활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침에도 “(절감분은) 정부 주요 국정과제와 경제 활성화, 감세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과학계는 “새 정부가 감세와 대운하 사업 재원 때문에 지난 정부의 큰 업적이었던 ‘R&D 10조원’ 시대까지 훼손하는 것 아니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한 출연연구소 박사는 “가뜩이나 연구과제중심제도(PBS)로 연구자들이 ‘영업사원’처럼 민간기업을 돌아다니며 연구사업을 따내고 있는데 그나마 주던 정부예산까지 더 줄이느냐”며 “당장 100만원이 아쉬운 연구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오히려 R&D 예산을 줄인 공무원에게 성과급을 준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감축, 이공계 지원 축소로 ‘불똥’ 우려=뿐만 아니라 정부의 일괄적 10% 감축계획은 당장 이공계 인재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과부가 지침을 통해 유독 이공계 분야 국가과학장학금 사업을 예시로 특정, “인재정책실과 과학기술정책실ㆍ학술연구정책실 중점 검토사항으로 (장학금 사업의) 통폐합 및 유사ㆍ중복을 검토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언급한 국가과학장학금은 이공계의 우수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 재학 중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이공계국가장학금’과 ‘대통령국가장학금’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참여정부 출범 첫 해인 2003년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은 교과부 지침 내용이 알려지면서 크게 당황하고 있다. 올해 KAIST에 입학한 한 과학고 출신 재학생은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만든 과학장학금을 대운하 사업에 쓰려고 혜택을 줄인다는 소문이 학내에 돌고 있다”며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정책조차 정부가 바뀌면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적 견해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과학장학금을 집행하는 한국과학재단의 한 실무 관계자는 “아직 위(교과부)에서 아무런 결정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이미 부여하고 있는 혜택을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박종용 교과부 인재정책실장은 “줄인다는 방침은 있지만 구체적인 감축계획은 이공계 사기진작 문제 등을 충분히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장학금 사업도 일부 조정될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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