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사장 관료 배제? "능력 있다면 기용해야"
교체 앞두고 후임인선 관심 증폭민간출신 우대 기류에 "역차별" "낙하산 정치인 채우나" 비판도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장관이 되려면 본인이 살아온 과정에 문제가 있나 없나 스스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2월 이명박 정부의 내각 인선 파문 때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일부 부적격 인사에 대해 쏘아붙인 말이다. '민간 프리미엄'에 편승해 능력과 자격을 못 갖춘 인사가 장관 자리에 앉으려는데 집권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주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후임 인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원칙적으로 민간 출신을 쓰겠지만 관료 출신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등 권력 핵심의 기류는 다르다. 한마디로 공무원은 안 된다는 것이다. 민영화를 앞두고 하루빨리 민간 기업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이식해야 하는데 또다시 관료들을 임명하면 체질개선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핵심 논리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에 대해 '모피아'라고 공개 비판하면서 '관료 배제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간 출신 우대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관료 역차별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은 "조속한 민영화가 어렵다면 민간 인사를 중용하는 게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여 국가재정 낭비를 줄이는 방안"이라면서도 "능력이 뛰어난 관료도 많고, 특히 민간 경험까지 갖춘 공무원 출신은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도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민간의 인력 풀이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 CEO 교체와 관련해 청와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민간 전문가들을 두루 살펴보는 중"이라며 "부동산 투기, 이중국적 등 공직자의 검증 기준을 통과한 인사가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기준만으로 선발했다간 공기업 기관장 교체 때 잡음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2006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인선 때나 올해 초 금융위원장ㆍ금융감독위원장 선임 때도 인물난으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특히 관료 배제라는 명목이 결국 정치권 출신을 기용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전력ㆍ도로공사 사장, 산업은행 총재 등 주요 공기업 사장 후임에 MB 측근이나 낙선 정치인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소장은 "논공행상 차원에서 낙하산 정치인이 내려온다면 오히려 개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거 관료군의 득세로 민간의 인재가 클 수 없었던 만큼 이 기회에 정부 부처와 공기업간 회전문 인사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수장 자리가 퇴직 관료의 일자리 만들기나 관련 부처의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쓰인 게 공기업 발전의 최대 장애요소"라며 "최소한 기관장 공모의 절차적 투명성이나 임기 중 평가 시스템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관료 출신을 전면 배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