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수익성 없다" 조합원 현금청산 요구·시공사들은 속속 발 빼

[도시정비사업 올스톱]<br>사업지연등 여파 분담금·이자부담 늘어<br>추진위 해산·정비구역 철회 요구등 봇물<br>재건축·재개발도 수익아닌 복지 개념 접근<br> "지원늘리고 비용줄이는 개선책 필요할 때"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도시정비사업이 속절없는 집값하락에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단지 전경.


지난 2006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서울 강북구 수유5-1주택재건축구역의 주민들은 최근 관할 강북구청에 추진위원회 해산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추진위가 설립된 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언제 개발이 이뤄질지 알 수도 없는데다 개발을 하더라도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강북구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진위 해산신고를 서울시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강북구청의 한 관계자는 "해당 구역의 추진위는 이미 위원장조차 지분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상황"이라며 "차라리 추진위를 해체하고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게 주민들의 의견인 것 같다"고 전했다. 수유5-1구역은 줄잡아 서울시내 250여개에 달하는 뉴타운이나 재개발ㆍ재건축 초기단계 구역들의 현주소를 대변해주고 있다. 높게는 3.3㎡당 4,000만~5,000만원을 호가하며 치솟던 지분가격이 2008년 말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거품이 꺾이면서 사업추진이 올스톱된 곳이 부지기수다. 사업완료 후 기대되는 집값상승을 전제로 형성돼온 사업구조가 급격한 집값 하락세로 무너지면서 사업추진의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내 정비사업구역 올 들어 조합설립 단 한 건도 없어=서울시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집값 상승기였던 2008년만 해도 서울시내 곳곳은 뉴타운ㆍ재개발 추진 열기로 뜨거웠다. 그해 새로 생긴 추진위만도 무려 65곳, 조합설립이 이뤄진 곳은 61곳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새로 생긴 추진위는 17곳, 조합도 40곳으로 줄어들었으며 올해는 새로 생긴 조합이 단 한 곳도 없이 추진위만 3곳 생겼을 뿐이다. 조합설립이 전무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초기 단계부터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이 멈춰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주민동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반면 추진위를 해제하고 구역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정비구역은 늘어나고 있다. 재개발정보업체 '예스하우스'의 전영진 대표는 "광역개발인 뉴타운과 달리 일반 재개발사업은 주민들의 동의만 있으면 사업인허가를 받는 등의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며 "그럼에도 조합설립이 없다는 것은 개발해봐야 남는 게 없다는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셈"이라고 말했다. ◇현금청산 증가, 시공사 교체, 재개발 악재 속출=그나마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에서도 각종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현금청산자가 늘며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고 공사비가 증액되면서 조합원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동대문 답십리 16구역의 경우 조합이 7월 내놓은 관리처분계획변경안은 3년 전에 비해 사업비가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91명에 달하는 현금청산자에 대한 보상비와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이 주요 원인이었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11구역 역시 조합원 422명 중 343명만이 분양을 신청해 현금청산자가 79명에 달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지니까 아예 집 대신 돈으로 받아 다른 곳에 투자하겠다는 조합원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증액과 일반분양 수익 감소를 이유로 조합과 시공자 간 계약해제가 이뤄진 구역도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던 용산국제빌딩 4구역의 경우 8월 공사비ㆍ예비비 증가를 이유로 시공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의했으며 왕십리 3구역 역시 시공사 교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집값 안정기 재개발 모델 시급=뉴타운ㆍ재개발이 멈춰선 것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또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집값 때문이다. 기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모델이 그동안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들이 벌어들이는 분양수익이 건축비 등 투입된 비용과 시간을 상쇄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4년간 연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미래 분양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사업도 멈춰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사업중단이나 과도한 현금청산 등은 주변 집값만 오른다면 일시에 해결될 문제"라며 "대부분의 조합들이 시장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시정비사업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전 대표는 "강북권의 경우 낙후된 주거여건 때문에 재생사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주거환경 개선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행 재개발ㆍ재건축 제도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ㆍ재개발을 수익을 내는 개발이 아닌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지원과 제도 간소화를 통해 지원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등의 개선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