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세계 기업 연금펀드 “적자 비상”

지난 3년간 이어진 증시 침체와 금리 하락 등으로 전세계 기업 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의 주요 기업들이 수익의 상당부분으로 펀드의 손실 보전에 나서는 것이 증시에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전개될 전망이라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18일자)에서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인 왓슨 와이어트에 따르면 지난 99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연금 펀드는 2조8,000억달러나 줄어 21%의 낙폭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지는 주가 하락과 저금리 추세로 90년대 후반까지 흑자를 기록하던 연금 펀드들이 속속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 게다가 지난해의 기업 회계부정 사태로 회계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 수익이 악화된 점도 연금 펀드의 추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연금 적자는 앞으로 수년 동안 기업 경영에 적잖은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SBC의 증시 전략가인 스티브 러셀은 영국의 350개 상장기업이 떠안은 연금 적자가 총 580억달러에 달했으며, 증시가 급반등하지 않는다면 이들 기업은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순익의 3%를 쏟아 부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금 부담이 특히 큰 것은 강성 노조와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 제너럴 모터스(GM)는 최근 193억달러에 달하는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연간 연금 적립금을 종전의 3배에 달하는 30억달러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금투자로 1억9,000만달러의 이익을 누린 포드자동차도 올해는 73억달러의 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억7,000만달러를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신용평가업체인 피치는 미국 대형 항공사들의 연금 적자가 총 180억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특히 델타와 파산보호를 신청한 유나이티드 등은 각각 적자폭이 40억달러 수준으로, 연금 펀드가 기업 경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실정.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연금 손실분을 충당해 펀드 자금이 풍부해지면, 이를 증시에 투자함으로써 침체된 증시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과다하게 주식투자에 치중하고 있는 연금 펀드가 증시에 더 깊게 발을 담글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보다는 기업들이 연금 손실 보전을 위해 수익을 까먹고 있는 점이 증시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 연금 손실을 더욱 부추기는 부(負)의 연쇄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가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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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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