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强장관'의 소신인가, 오만인가

■ 강만수 장관 "은행, 中企에 환헤징 사기"<br>환율 관리 절박함·원貨회복 강한 의지 표현<br>사기꾼 몰린 은행들 "말이 되는 소리냐" 분노<br>수출 물량 많아 1,000원대 회복 쉽지 않을듯


시장에서는 18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과 관련한 소신 발언에 대해 현재 환율이 정부 거시정책의 틀에서 ‘궤도이탈’한 상황이며 이를 적정선으로 돌려놓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강 장관이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사기세력’ 등의 거친 용어까지 사용한 점은 경상수지 개선 등을 위해 환율관리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투기꾼으로 몰린 은행 등 시장참가자의 반발이 만만찮은데다 고점에서 대기 중인 수출업체 물량도 많아 정부 의도대로 환율이 1,000원대로 쉽게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강 장관 발언 속내는=강 장관은 지난 15일 “이해되지 않은 투기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의무가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16일에도 “잘못된 세력과 투기세력이 있을 때 정부가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의도된 환율하락에 단호하게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외환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불순한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즉 원화가치가 달러약세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타 통화에 비해 지나치게 절상된 점은 시장기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2년 1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일본은 14.5%, 중국은 10.9% 절상된 데 비해 원화는 무려 45% 절상됐다는 게 강 장관의 설명이다. 결국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한 투기세력들이 의도적으로 환율하락을 부추겼고 이에 편승한 수출업체들이 막대한 선물환매도를 통해 환율하락을 뒷받침했다는 지적이다. 조선사의 선물환 순매도는 2003년 156억달러에서 2006년 393억달러, 2007년 718억달러로 급증, 원화절상을 견인했다. 따라서 강 장관은 환율하락을 이끄는 투기세력을 향해 엄중 경고를 날리는 동시에 원화 값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사기 세력’ 발언 논란=정부의 의중과는 별개로 갈수록 높아지는 강 장관의 발언 수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외환시장에 ‘S기 세력’이 있으며 이는 투기세력보다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S기 세력은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금융권 세력으로 사기꾼이나 다름없다는 게 재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실례로 은행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중소기업 등 기업체에 환율하락 전망과 함께 과도한 헤지 상품을 팔아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뛴다. 모 은행의 한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이 크게 발달한데다 거래 업체도 상품의 양방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일부 투기 목적의 거래가 있더라도 이는 재정부 장관이 나설 게 아니라 금감원에서 조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딜러는 “외환시장에서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문제 있는 세력이 있으면 정부가 적발하고 제재를 가하면 됐지 공개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환율 정부 의도대로 움직일까=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원60전 오른 989원50전으로 마감했다. 오전 강 장관의 발언 여파로 995원까지 치솟았으나 수출업체 물량이 쏟아지며 상승분의 대부분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정부가 희망하는 1,000원대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상황에서도 보듯이 당국자의 구두 개입이 변동성을 키우긴 하지만 갈수록 약발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는데다 증시가 강하게 버티고 있으며 수급상에서도 큰 변화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000원을 테스트해볼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1,000원을 돌파하기 위해선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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