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전자업체 감량경영 돌입

경쟁력상실로 실적부진ㆍ개혁미흡등 영향마쓰시다ㆍ소니등 재고 감축 잇따라 나서 마쓰시타 전기, 소니, NEC 등 일본의 간판 전자업체들이 재고 감축 등 본격적인 감량 경영에 돌입했다. 이들 기업이 잇따라 감량 경영에 나선 것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주요 원인이지만 실적부진 구조조정 미흡 등 내부 요인도 적지 않은 상태다. 1990년대 이후 장기불황으로 이미 10년을 잃어버린 일본은 이제 주력산업인 전자산업마저 흔들림에 따라 21세기의 첫 10년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게 됐다. ◇간판기업, 잇따라 감량 경영 나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14일 히타치 제작소, 소니, 마쓰시다 전기 등 유명 전자업체들이 감산은 물론 휴대전화ㆍ음향 및 영상기기ㆍ반도체 등의 재고를 20~40% 줄이는 등 대대적인 감량 경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실제 히타치는 재고 자산을 앞으로 2년간 3,000억엔 이상씩 줄여 2003년 3월까지 재고 자산 규모를 1조5,100억엔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소니도 내년 3월말까지 전자제품 재고 자산을 현재의 7,900억엔에서 6,900억엔으로 22%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세계 3위의 반도체 업체인 NEC는 지난달 31일 중장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 오는 2004년에 D램 사업에서 완전 손을 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마쓰시타 전기는 불황의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창업 70년만에 종신고용의 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감원을 통한 감량 경영에 나선 셈이다. ◇하이테크산업 경쟁력 약화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감량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하이테크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은 전자대국이라는 말이 반증하듯 한때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석권한 것은 물론 세계 반도체시장의 50%를 점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특유의 대량생산 방식으로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제품 수요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지 못한데다 고비용ㆍ저효율 경영, 낮은 생산성 등 하이테크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감량 경영이란 카드까지 꺼내 들게 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매출 대비 순이익율은 미국 경쟁업체들에 비해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산성에 있어서도 미국은 물론 한국과 타이완 등 후발주자에게 목덜미가 잡힌 상태다. 실제 일본은 한국에 비해 10%, 미국과 타이완에 비해서는 각각 15%, 25% 생산비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개혁의지 부족도 원인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경제산업연구소는 최근 '하이테크산업의 국제경쟁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전자업체들이 경영목표와 일치되지 않은 사업을 폐지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 없다"고 밝혔다. 자생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전자업체의 회생에 있어 보다 큰 걸림돌은 정부의 철저한 개혁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즉 일본 정부가 기업도산, 실직자 급증의 충격을 우려해 철저한 개혁에 머뭇거리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역시 마냥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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