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썸 in SNS] '막장' 롯데일가가 간과한 것

회사 후계를 놓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롯데그룹의 집안싸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도배하고 있다. ‘왕자의 난’ ‘형제의 난’ ‘궁정 쿠데타’ 등으로 묘사되는 이들 가문의 막장 다툼은 지금껏 공들여 감춰왔던 한국 재벌의 어두운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네티즌의 비판적 시선이 팽배하다.


롯데 일가의 두 파벌이 이번 싸움에서 결정짓고 싶어하는 것은 그룹의 경영권, 즉 회사의 ‘정통성’을 누가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일 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티즌들은 이 다툼을 지켜보며 롯데그룹의 정통성 그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거나 조소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 총수가 바뀌는 일인데 왜 이리 시끄럽느냐” “결국 롯데는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는 일본 회사” 등등의 기업 ‘국적’ 논란이 SNS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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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신동주 일본롯데 전 부회장의 최근 방송 인터뷰다. 이날 그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본인을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 임명하고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한다’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메시지였다. 반면 그 메시지보다 네티즌들이 더 크게 반응한 것은 그가 사용한 언어, 일본어였다. 반일 감정이라는 개운치 않은 정서가 남아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신 전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는 내용의 해석 이전에 ‘롯데는 과연 어느 나라 기업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공개된 육성 파일에서도 신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인터뷰나 대화를 보니 한국어 한마디 못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한국 롯데를 경영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죽음과 함께 인간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정의 내렸다. 모든 게 공개되고 소통도 즉자적인 SNS 공간에서 ‘언어’는 인간을 규정하는 ‘절대적’ 요소라는 것을 롯데 일가는 간과한 듯하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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