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재계 巨木이 남긴 화두

김홍길 기자 <산업부>

[기자의 눈] 재계 巨木이 남긴 화두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선배로서 많은 지도를 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가셨다.” 지난주 말 타개한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정 명예회장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나라를 부흥시킨 창업 멤버중 한분”이라며 이렇게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최근 잇따라 전해진 재계 거목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이 회장과 같은 생각을 마음속 깊이 느낄 듯하다. 경제는 갈수록 실타래처럼 얽히는데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가 생기와 활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인지 고인이 된 정세영 명예회장과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정ㆍ재계 인사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지난 70~80년대 한국 산업화를 주도했던 주역이었고 한국 경제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을 탄탄하게 일궈낸 산증인이다. 정 명예회장은 형님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67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하고 74년에는 국내 최초의 자동차 고유 모델인 ‘포니’를 탄생시켜 우리나라를 아시아에서 2번째로 고유 모델 자동차를 보유한 자동차 국가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본이나 기술ㆍ인력 등 그 어느 것 하나 보잘 것 없었던 당시 현실을 감안하면 고유 모델 자동차를 보유한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울 정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특유의 창업가정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88년 그룹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을 주도적으로 설립하는 등 기업가로서도 성공했지만 재계에선 드물게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난한 젊은 음악가를 발굴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가 하면 어려운 연극인들의 무대를 남모르게 후원해왔다. 중견 연극인 박정자씨는 빈소에서 “기업인들 중에 고인처럼 문화예술인을 많이 알고 지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고인은 늘 자신을 낮춰 겸손하게 예술인들을 대해줬다”고 회상했다. 정 명예회장과 박 명예회장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어떤 것인지,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그들이 남긴 ‘작으면서도 큰 화두’를 어떻게 따를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입력시간 : 2005/05/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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