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美 3차 양적완화 시사] "물가 잡아야 하는데…" 달러 유동성 증가땐 통화정책 딜레마

■ 국내경제 영향<br>재정위기도 유럽전체 확산 조짐 불확실성 높아져 기준금리 고민<br>연내 1~2차례 인상 나서겠지만 대외상황따라 시기는 달라질 듯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변수를 감안해 이날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김동호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린 것은 통화정책을 콜금리 중심으로 전환한 지난 1998년 이후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렸던 이성태 전 총재 시절인 2007년 7~8월, 4.50%인 금리를 5.0%까지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런 전례 탓인지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김중수 총재가 이 전 총재와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비둘기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달에는 한차례 쉬어갈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었고 실제 그대로 들어맞았다.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금리동결보다는 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한은의 전망에 관심이 쏠렸다. ◇美 QE3, 유럽 재정위기 주목해야=김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경우 신흥 경제국인 우리나라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신흥국으로의 자본이동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양적완화의 규모나 전개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도 "달러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최근 이탈리아로 전이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경기 하방리스크로 '유럽 지역의 국가채무문제'를 언급했다. 이전 통화정책방향에서 사용한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문제'라는 표현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그리스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를 넘어 유럽 대륙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한은 내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익스포저는 5% 이내인 만큼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최근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자금 가운데 유럽자금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간접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1~2차례 기준금리 인상 나설 듯=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1~2차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시기는 미국의 양적완화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더블딥을 우려한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경우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화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올릴 경우 자본이 급격히 유입돼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가다. 최근 6개월간 4% 이상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한데 대외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이 14일 발표하는 경제전망 수정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은은 올해 초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전망치를 3.9%로 제시했다. 물가안정 목표범위 상단이 4%인 점을 의식해 3%대에서 묶어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물가전망치를 0.1~0.2%포인트가량 올려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압력이 높아지는데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적 환경 악화와 고(高)물가 사이에서 한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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