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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뺨칠 '한국형 발사체' 엄청나네
■ 앞으로 과제1조5000억 예산 투입 2010년부터 개발 착수朴당선인도 사업 적극… 발사시기 당겨질수도2025년엔 달탐사 목표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3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에서 페어링이 분리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30일 오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해 발사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30일 노경원 교육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관이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 최종 리허설과 발사 시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나로호(KSLV-I) 발사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우주 강국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주산업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기술을 하루빨리 국산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의 발사체 사업은 세 번의 발사 과정을 겪으면서 액체엔진 기술과 발사제어 기술 등을 활용해 한 발씩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3년 전 개발에 착수한 순수 국산 기술인 한국형발사체(KSLV-II)는 이르면 오는 2018년에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젠 한국형 발사체다=지난 1992년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 1호'에서부터 지난해 일본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H-ⅡA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다목적 실용위성 3호까지 우리의 인공위성은 모두 외국의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보내졌다. 이번 나로과학위성(STSAT-2C)을 제외하면 그동안 우리나라가 발사한 약 10기의 인공위성은 모두 해외의 발사장에서 다른 나라 발사체를 통해 발사했다.
2010년부터 개발에 돌입한 한국형발사체는 러시아와 합작으로 개발한 2단형 로켓인 나로호와 달리 엔진 개발부터 전체 발사체 조립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만 이뤄지는 3단 발사체다.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려놓는 것을 목적으로 총중량 약 200톤에 길이 45m, 직경 약 3.3m로 설계됐다. 75톤급 액체엔진(터보펌프 방식) 4기를 묶은 1단과 75톤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2단, 그리고 7톤급 액체엔진 1기인 3단으로 구성된다.
한국형발사체 개발계획에 따르면 2014년까지는 설계 기간으로 7톤급 액체엔진 개발이 중점 목표다. 2단계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강력한 로켓 추진력을 낼 수 있는 75톤급 엔진 개발이 핵심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마지막 3단계는 75톤급 엔진 4개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2회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예산만 무려 1조5,449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장기 프로젝트다.
한국형발사체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을 통해 2조955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조3,657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합치면 무려 3조4,612억원에 달한다. 2만6,834명의 고용창출도 이뤄질 것으로 봤다.
한국형발사체는 발사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초 시점인 2021년보다 3년 앞당겨 2018년에 발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30일 발사 성공이 확정된 직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2018년이나 2017년께 한국형발사체가 나올 수도 있다"며 "한국형발사체가 앞당겨지면 2020년께는 달 탐사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역시 "나로호 성공으로 한국형발사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정부의 의지와 재정이 얼마나 투입되느냐에 따라서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발사체 시장 급팽창…달 탐사까지=한국형발사체가 성공하면 우리나라 위성을 우리 발사체에 실어 보내는 시대가 도래한다. 단순히 현재 위성의 수를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수명이 10~15년인 정지궤도위성을 5~7년에 1대, 수명이 3~5년인 저궤도위성(과학위성과 지구관측위성)은 3~5년에 4기씩을 공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매년 1기 정도의 위성수요가 발생한다. 정지궤도 위성과 정밀관측위성 등을 추가할 경우 국내 위성 수요는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또 한국형발사체의 기술 안정성이 확보되면 발사체 기술이 없는 국가의 위성을 위탁 받아 대신 발사할 수도 있다.
한국형발사체 이후에는 달 탐사가 기다리고 있다. 항우연은 이미 미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루나 임팩터(초소형 위성기반 국제 달 탐사연구)' 제안을 받았다. 항우연은 이 프로젝트에서 달 궤도선(달 궤도를 돌면서 조그마한 위성을 달에 떨어뜨려 달의 속성을 알아냄)을 2014년까지 제공하고 2016년 3월께 발사하기로 일정을 잡고 있다. 항우연은 토종 기술로 달 궤도를 탐사하는 것은 2023년, 달에 착륙해 조사하는 탐사선은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 탐사 이후에는 유인 우주선 개발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전세계에서 우주발사체의 개발ㆍ생산ㆍ발사 능력을 갖춘 국가는 러시아ㆍ우크라이나ㆍ미국ㆍ프랑스ㆍ중국ㆍ일본ㆍ인도ㆍ이스라엘 등이다. 이들 우주 강국은 완성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 한 번 발사하면 사용할 수 없는 로켓에서 마치 비행기처럼 이착륙이 가능한 우주왕복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말 우주 관광객들을 태우고 우주로 떠나는 영국 버진항공 계열사인 버진갤럭틱사의 '스페이스십2'의 티켓이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에 팔려나가기도 하는 등 우주 여행은 먼 미래가 아닌 눈앞에 와 있다.
선진 우주 개발국들보다 40년가량 늦은 1990년 본격적으로 우주개발 사업을 시작했지만 20년 만에 기술 자립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과의 격차를 얼마나 단기간에 줄일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