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저유가 시대… 동남아 웃고 자원부국 울고

높은 에너지 보조금제 운영… 태국·인니 개혁 동력 얻어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 완화… 필리핀, 10월 기준금리 동결

러·멕시코 등 원유 생산국, 재정수입 급감 타격 불가피


국제유가 하락 곡선을 지켜보는 국가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높은 에너지보조금이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최근의 유가약세가 에너지 부문 개혁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반면 러시아 등 에너지부국들은 원유수출액 감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동남아 대다수 국가에서 값싼 유가는 경제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저유가 시대를 맞아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최대 수혜국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미국 '셰일혁명'으로 인한 공급과잉 △유럽·중국 등의 경기부진 △중동 사태 등으로 지난 6월 이후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로이터는 이들 동남아 국가가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 복지의 일환으로 높은 에너지보조금 제도를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최근의 저유가로 물가압력 완화와 재정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3%를 에너지보조금으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일 취임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신임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개혁과제로 이 제도의 축소 및 폐지를 꼽을 정도다. 조코위 대통령도 선거기간에 에너지 분야의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어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저유가는 조코위가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되고 있다고 분석됐다. 석유 값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만큼 에너지 가격 인상 단행 등의 적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윌슨 ANZ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낮은 가격대인) 가솔린·디젤 가격을 리터당 3,000루피아(약 260원) 정도만 올려도 사실상 에너지보조금을 폐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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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간의 정정불안 속에 군부 쿠데타 세력이 정부를 이끌고 있는 태국도 최근의 저유가는 세수를 늘릴 기회다. 지금의 시장여건을 활용해 과거 폐지했던 석유소비세를 부활시킬 경우 태국 GDP의 0.8%포인트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크레디트스위스(CS)는 분석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경제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필리핀도 저유가 시대의 승자로 분류된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올해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면서 7월과 9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이달 23일에는 원자재 분야의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됐다며 금리를 동결시켰다.

반면 원유생산국들은 저유가로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동남아에서 몇 안 되는 석유수출국인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인 예다. 로이터는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가 (유가하락에 따른 실적악화로) 배당을 줄이게 되면 나집 툰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정부는 재정적자 목표를 지키기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메리카 대륙 내 3위 석유부국인 멕시코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16일 하원을 통과한 2015년도 국가예산안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당초 내년도 유가를 배럴당 82달러로 예측해 국가 세수를 산출했으나 최근의 하락세를 감안해 이를 79달러로 더 낮춰 잡는 방안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은행에 따르면 연방정부 예산의 3분의1(2013년 기준 429억달러)가량을 석유수출로 충당하는 멕시코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질 때마다 3억달러의 국가 비용이 발생한다.

러시아 역시 오는 2015~2017년 예산안에 기재된 유가 전망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예산안에 기재된 향후 3년간 유가 평균치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른다고 밝히며 "현재로서는 이 같은 추측은 망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에너지 기업의 자금을 권력장악의 쌈짓돈으로 활용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가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밖에 수출의 96%를 원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재정수입이 급감하면서 외환보유액이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무는 등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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