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확산된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에 걸친 금리인하 기조가 30일 4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듭지어지고 그 후부터는 금리 동결 또는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월가는 이번 FOMC가 향후 금리정책 기조를 예측하고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안정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의 페드워처(FRB 분석가)들은 30일 FOMC에서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초순까지만 해도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를 계기로 신용위기가 최악을 벗어나고 경기침체의 골도 우려했던 것만큼 깊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받으면서 예상 인하폭이 줄어든 것이다. 연방금리선물은 0.25%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78%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FOMC 개최 당일 발표되는 1ㆍ4분기 성장률도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가 늘어나 주식시장이 랠리를 보이고 미 재무부채권(TB) 수익률이 상승(채권 값 하락)하는 것도 이 같은 경기 낙관론과 신용위기 막바지론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RB는 4월 정례회의에서 보험 성격으로 소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 및 금융시장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인하 효과가 대체로 6개월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그동안의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고 지난 28일부터 지급된 세금환급이 소비진작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따져본 뒤 금리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올해 남은 5차례의 FOMC 가운데 적어도 여름철인 6월과 8월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제 상품가격 급등으로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ㆍ식품가격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FRB의 억제목표선 2%를 넘었다는 점도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연말쯤에는 금리인상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월가의 관심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FRB가 어느 정도까지 힌트를 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시장은 앞으로 금리인하 기조가 중단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FRB가 금리동결 또는 금리인상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면 신용위기가 진정되고 경기도 호전될 것이라는 분명한 증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금리를 동결해도 시장이 예전처럼 출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잔불 정리를 잘 못해 더 큰 참화를 빚는 것처럼 FRB가 마무리를 잘 못할 경우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다 잡은 신용위기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도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방어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둔 성명서를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FRB 내부에서는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총재처럼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하강을 더 우려하는 ‘비둘기파’가 여전히 건재하다. 경기부양 효과가 끝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이중경기침체(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의 역할이 다 했는가’라는 기사에서 “소비자 신뢰지수는 197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주택시장은 침체일로에 있다”며 “경제와 금융시장의 문제 해결은 세금 환급 수표가 아닌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